[마켓인사이트] 호텔롯데·롯데쇼핑, 신용도 하락 '경고등'
마켓인사이트 6월22일 오후 3시39분

롯데그룹의 신용도에 경고등이 켜졌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후 중국 보복으로 면세와 유통사업 실적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와 핵심 유통계열사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하락 위험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호텔롯데 신용도에 ‘적신호’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사모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발행 금액은 미정이며 채권 만기는 5~10년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는 불과 두 달 전인 지난 4월에도 1000억원어치 사모 회사채를 찍었다.

시장에선 최근 실적 악화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공모 방식에 부담을 느껴 사모 시장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텔롯데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8% 감소했다. 2014년 이후 이익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주력인 면세사업 부진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시내면세점 사업자가 늘어 경쟁이 심화된 데다 사드 배치 후 중국인 관광객까지 감소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7월 약 100만 명이었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 4월 30만 명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신용등급이 하락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4일 이 회사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2009년 11월 AA에서 AA+로 오른 뒤 약 8년 만에 처음으로 이 회사 등급 전망이 바뀌었다.

수익성 저하로 차입금 상환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 탓이다. 이 회사의 올 1분기 기준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성자산)은 약 3조8000억원으로 2014년보다 두 배가량 불어났다.

◆롯데쇼핑, 중국사업 손실 부담

롯데쇼핑의 신용도가 동반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호텔롯데는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어 실질적인 지주회사로 평가받는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모회사의 지원 가능성을 기업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것을 고려하면 호텔롯데의 신용도 악화가 롯데쇼핑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쇼핑의 신용등급은 ‘AA+(안정적)’다.

고전을 겪고 있는 중국사업은 ‘사드 리스크’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롯데쇼핑은 수년째 중국 유통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내고 있다. 여기에 지난 2~3월 중국 롯데마트 86개 점이 영업정지 조치를 당하면서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월 한 달에만 롯데쇼핑은 중국 대형마트 사업에서 120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김호섭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중국 현지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외형 축소와 함께 손실 확대가 예상된다”며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중국사업 자체의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공세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설 곳이 좁아지고 있어서다. 미국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실적 악화 속에 매장 수를 줄이고 있다. 올 1~4월에만 라디오샤크(550개) 페이리스(400개) K마트(100개) 등 주요 업체들이 수백 개의 매장문을 닫았다.

국내에서도 쿠팡 티켓몬스터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업체들과 11번가 이베이 옥션 등 오픈마켓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온라인 업체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오프라인 유통사들의 실적이 나빠지고 고정비와 차입금 상환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신용등급 하락 추세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