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6월20일 오전 11시15분

[마켓인사이트] '주력사업 부진' 삼광글라스, 계열사 활용한 신사업 통할까
종합주방생활용품기업 삼광글라스가 알짜 계열사를 매각하고 신사업에 진출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섰다. 캔과 유리 등 주력 사업이 부진한 데 따른 고육책이다. 삼광글라스 단독 대표로 나선 오너 이복영 회장(사진)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 악화 ‘빨간불’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광글라스는 지난 1분기 매출 657억원에 영업손실 11억원을 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감소했고 영업손익은 35억원 흑자에서 11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지난해 4분기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영업적자다. 기타영업이익이 전년 13억원에서 111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순이익은 56억원에서 87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 3월 보유하고 있던 자동차 촉매 제조 계열사 오덱 주식 173만1739주를 600억원에 매각하면서 일회성 이익이 생긴 덕분이다.

[마켓인사이트] '주력사업 부진' 삼광글라스, 계열사 활용한 신사업 통할까
실적이 악화된 것은 캔과 유리 등 양대 주력 사업이 모두 부진해서다. 캔 부문 매출은 지난해 1분기 176억원에서 올해 1분기 157억원으로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2억원에서 18억원으로 불어났다. 유리 부문 매출은 전년 1분기 465억원에서 올해 1분기 430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40억원에서 7억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이 회사 연간 영업이익은 14억원으로 전년 대비 90% 감소했다. 순이익도 192억원에서 144억원으로 25% 축소됐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삼광글라스는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하이트진로에 납품하는 캔과 병에서 얻는다”며 “하이트진로가 주류 판매 감소를 겪고 있는 데다 밀폐용기 부문에서 업계 1위 락앤락에 다소 밀려 단기간 내 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1분기 맥주사업에서 344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 연간 적자(217억원)보다 큰 규모다. 2014년부터 3년여 동안 총 826억원의 손실을 낼 정도로 맥주사업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신사업은 ‘계열사 내부 거래’

삼광글라스가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꺼낸 카드는 신사업이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료·목재 판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다. 해외에서 유연탄을 수입해 국내에 유통하는 사업이다. 사업 목적 추가 후 석 달여 만인 지난 16일 361억원 상당의 유연탄 공급계약을 따냈다. 계약 상대방은 계열사 군장에너지다.

군장에너지는 이 회장이 2015년 3월부터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테크건설이 군장에너지 최대주주로 지분율은 47%에 달한다. 삼광글라스도 군장에너지 지분 25%를 갖고 있다.

이테크건설은 삼광글라스가 최대주주(지분율 31%)다. 이 회장(5.7%)과 아들인 이우성 사장(5%)도 각각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오너인 이 회장이 ‘삼광글라스-이테크건설-군장에너지’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어 군장에너지가 유연탄을 싸게 사든 비싸게 사든 오너 일가가 수혜를 보는 구조”라는 분석이 증권가에서 나온다.

이 회장은 고(故) 이회림 OCI(옛 동양제철화학) 창업주의 차남이다. 삼광글라스 지분 22%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4월 삼광글라스 단독 대표에 취임했다. 이 회장이 삼광글라스 경영 전면에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