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희 프렙 대표 "간편식 선도하는 100년 기업 될래요"
서울 압구정동 도산공원 앞에서 13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송희 셰프(사진)는 “100년 기업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 10월 프렙을 창업해 간편식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직접 개발한 요리 레시피와 정량의 식재료를 가정에 배송해주는 사업이다.

간편식이 인기를 끌면서 이마트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등 대기업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지만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식당에서 가장 중요한 1번이 청결이라면 0번은 맛이에요. 13년 식당 경력을 갖고 있는 만큼 맛에는 자신있어요.”

프렙은 이 셰프가 세운 세 번째 회사다. 그가 오너 셰프로 있는 식당 세 곳을 관리하는 씨엘송컴퍼니, 전남 신안 천일염을 유통·판매하는 마이쏭팩토리에서도 대표를 맡고 있다. “제가 첫째인데 사업가 기질은 아버지에게서, 요리 솜씨는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았다고 해요.” 어린 시절 그는 사업을 하던 아버지 회사에 놀러 가길 좋아했고, 다섯 살 때는 ‘은행에 1억원을 넣으면 한 달에 이자가 얼마나 나오느냐’ 같은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는 방송에서 ‘경주 한식 대가’로 소개되는 임춘분 씨다.

이 셰프는 요리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 “엄마 어깨너머로 배운 게 다였다”고 했다. 대학 때 전공은 경영정보학이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요리를 해주는 게 좋았고, 다들 맛있다고 해주니 용기가 났다고 했다. 그렇게 2004년 식당을 열었다. 국내 최초의 원테이블 레스토랑인 ‘인뉴욕’이다. 왜 한식당이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어머니 집밥이 맛있다 보니 한식은 누구나 다 잘하는 줄로만 알았다”고 했다. 그는 2005년에는 이탈리안 식당인 ‘그랑씨엘’, 2009년에는 브런치와 미국 가정식을 파는 ‘마이쏭’을 열었다.

“조그만 개인 식당이지만 사업에 필요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그는 식당 운영과 기업 경영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좋은 식재료 공급처를 찾아 제때 주문을 넣고, 고객과 직원을 관리하고, 식당을 홍보하고, 각종 세금을 빠짐없이 내는 것을 혼자 해내야 했다. 본사에서 도와주는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편의점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런 노하우는 고스란히 프렙으로 이어졌다. 프렙 회원은 현재 1만여 명. 도서산간 지역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 레시피와 식재료를 담은 스티로폼 상자를 배송한다. 이 셰프가 오랫동안 식당 일을 하며 육류, 생선, 채소 등 재료별로 좋은 식재료상을 알아둔 점은 프렙의 강점 중 하나다. 그는 “이탈리안 파슬리, 카레 페이스트, 일본식 계란말이 양념 등 일반 마트에선 구입하기 힘든 해외 식재료도 프렙을 통하면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렙에는 40여 가지 레시피가 있다. 한식부터 이탈리아 요리, 아시아 요리 등 다양하다. 가장 간단한 요리는 ‘보리빠개장 돼지불고기’. 주문하면 삼겹살과 양파, 파, 그리고 양념장인 ‘빠개장’까지 네 가지 재료가 진공포장 상태로 배송된다. 집에서 양파와 파를 칼로 자르고, 프라이팬에 삼겹살과 양념장을 넣고 볶으면 완성된다. 그는 “누구나 쉽게 요리할 수 있게 레시피를 최대한 단순하게 하면서도 맛을 내는 게 관건”이라고 했다.

이 셰프는 프렙을 ‘식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해주는 기업’으로 키울 생각이다. 이미 요리 레시피와 식재료 말고도 프라이팬, 칼, 도마 등 요리 도구도 홈페이지에서 팔고 있다. “제가 좋아하는 회사가 레고예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잖아요. 저도 부담 없는 레시피로 요리의 즐거움을 되찾아주고 싶어요. 프렙의 모든 메뉴가 2인분 이상인 것도 그런 이유에서예요.”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