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채비율' 대체할 재무지표 개발해야
부채비율은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나타내는 매우 중요한 재무지표다.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눠 표시하는 부채비율 개념은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평가와 국내외 금융회사의 여신 결정에서 중요한 재무위험 측정 요소로 사용된다. 부채비율이 명시된 국내 법률 규정에서는 대개 ‘부채비율 200% 초과’와 ‘동종업종 평균 부채비율의 1.5배 초과’ 등의 기준이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자본시장법,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상 외부감사인 지정 대상의 결정에 규제 기준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부채비율 개념의 사용은 최근 국제회계기준이 변경되면서 한계에 직면했다. 당장 내년부터 적용될 수익인식기준(K-IFRS 1115호)과 2019년도부터 적용될 리스회계기준(K-IFRS 1116호) 등으로 인해 기업의 부채비율이 업종에 따라서는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수익인식기준 변경으로 종전에 매출취소예상액의 매출총이익률만큼 순익으로 인식하던 반품충당부채를 앞으로는 매출취소예상액만큼 총액으로 반품충당부채를 인식하고, 상응하는 원가를 반품회수권(자산)으로 인식해 부채비율이 증가하게 된다. 리스회계기준 변경으로 운용리스 이용자는 지금까지 부채로 표시하지 않던 미래 지급 리스료를 전액 부채로 나타내야 한다.

이로 인해 국내 기업의 부채비율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회계기준원이 발표한 리스회계기준 변경의 양적 영향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5년 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상장사의 연결재무제표상 평균 부채비율은 4.5% 증가하고, 별도재무제표의 부채비율은 3.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공운송업 부채비율은 99.3%까지 늘어난다. 소매업 부채비율도 24.4%, 종합건설업은 7.4% 증가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기업 재무제표의 외형상 변화가 종전에는 공시하지 않던 자료를 신규 반영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재무제표 주석사항 등을 통해 이미 반영하고 있던 정보를 재무상태표에 새롭게 표시한다는 사실이다. 즉 기업의 경제적 실질이 동일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회계기준 변경으로 부채비율이 증가하고, 기업의 재무안정성이 악화돼 보이는 착시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부채비율이 적용되고 있는 현행 법률 등 때문에 기업들이 여러 제재를 받는다면 이는 기업 활동을 불필요하게 제약하게 된다.

이런 부채비율 개념을 계속 기업의 재무건전성 지표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새로운 회계기준이 시행되기 전에 이에 대한 검토와 대안 지표의 개발이 필요하다. 기업들은 새로운 회계기준에 의해 나타날 재무적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 주주와 투자자에게 자세한 변화 내용을 설명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을 평가 심사하고 규제하는 기관들은 기존에 당연하게 사용하던 ‘부채비율 200%’ 등 문제가 많은 기준을 재검토해 적합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순차입금(총차입금-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자기자본으로 나눠서 계산하는 ‘순차입금비율’ 또는 부채를 총자산으로 나눠 계산하는 ‘총자산부채비율’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순차입금비율은 업종별 적정 운전자본 규모에 비례하는 자산과 무이자 부채의 영향을 배제하고 순전히 기업의 자본조달 레버리지 상태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총자산부채비율은 새로운 회계기준에 의해 자산과 부채가 동시에 늘어나는 경우에도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많은 해외 선진 자본국가가 총자산부채비율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기업 활동의 불합리한 규제를 방지하고 국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창우 < 서울대 교수·회계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