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대통령 공약이라며 기본료 폐지 등 통신비 인하에 나서자 시민단체들이 잇달아 위험천만한 발상을 내놓고 있다. 통신요금 상시 감시기구인 민관 공동의 ‘이용자약관(요금제) 심의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는 참여연대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이동통신시장의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미래창조과학부에 제출하는 요금 산정 근거자료를 공개적으로 검토해 통신비 적정 수준 여부를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참여연대 주장은 기업의 영업비밀인 통신료 원가를 공개해 사실상 가격을 통제하는 기구를 설치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참여연대는 “문재인 정부 공약인 통신 기본료가 폐지되더라도 통신사들이 슬그머니 요금을 인상하면 기본료 폐지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운다. 이용자약관 심의위원회를 통해 내린 요금을 다시는 올리지 못하게 만들자는 얘기다. 이는 미래부가 폐지하겠다고 공언한,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요금인가제’를 더 강화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어이없는 주장은 이게 끝이 아니다. 참여연대는 “기업의 마케팅 비용만 줄여도 당장 기본료 폐지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사업자더러 아예 경쟁도 하지 말고 무조건 요금만 내리라는 식이다. 그럴 바엔 민간사업자가 왜 있는지 모르겠다.

“통신사들이 기본료를 계속 받으려면 통신서비스를 공공재로 인정해야 하고, 공공재가 아니라고 얘기하려면 당장 기본료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면 황당하기까지 하다. 공공재를 기본료 유무로 정의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언제부터 참여연대가 공공재 여부를 판정하는 권력기관이 됐나. 이런 식이라면 알게 모르게 기본료 개념이 들어가 있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죄다 공공재가 되고 만다.

시민단체가 툭하면 원가 공개를 압박하고 정부 통제를 요구하는 게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이런 사회에서는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 지식이나 아이디어에서 나온 제품과 서비스 같은 건 발붙일 생각도 말아야 한다. 더구나 국민 일상생활과 분리되기 어렵다는 이유로 통신비를 내리라고 한다면 도대체 가격을 올려도 되는 건 무엇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