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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철(鐵)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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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천자 칼럼] 철(鐵)의 연대기
    인류가 최초로 발견한 철은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隕石)이라고 한다. 운석은 철과 니켈로 구성돼 있다. 가장 오래된 철 유물인 기원전 4세기의 이집트 구슬에 7.5%의 니켈이 포함돼 있는 걸 보면 철광석이 아니라 운석을 다듬은 게 맞는 것 같다. 철을 제련하는 기술은 훨씬 뒤에 나왔다. 청동 원료(황동석)와 비슷한 색깔의 적철광을 잘못 채광해서 녹이다가 우연히 얻은 결과라고 한다.

    철기를 본격적으로 제작한 것은 기원전 1500년께 지금의 터키 지역에 있던 고대 히타이트 사람들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철기제조법 덕분에 인류 문명사가 바뀌었다. 4대 고대 문명 가운데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인근의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가장 먼저 발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도 우리가 사용하는 금속의 90% 이상이 철이다. 철은 지구 내부 핵 중량의 90.8%를 차지한다.

    철은 세상의 기원과 맞닿아 있다. 김서형의 빅히스토리 Fe연대기를 보면 철(Fe)이라는 원소가 138억 년 전 빅뱅 이후 지구 생명과 문명에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알 수 있다. 지구 핵 속의 철은 자전에 따른 회전력으로 자기장을 뿜어낸다. 이로써 태양풍을 막아 대기와 물의 생성을 도왔으니 철이 지구 생명의 근원이다. 화성의 핵에 철 성분이 적어 자기장이 생기지 않고 대기와 물이 없는 것과 대조적이다. 우리 몸의 혈액도 헤모글로빈 속의 철 덕분에 산소를 운반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가야가 ‘철의 왕국’으로 유명했다. 합천 야로면(冶爐面)은 ‘철을 정련하는 노’, 김해 생림면 생철리(生鐵里)는 철의 주산지라는 뜻에서 붙은 지명이다. 신라도 지금의 울산 달천철장에서 나는 철을 기반으로 군사력과 경제력을 키워 삼국을 통일했다. 울산에서 해마다 열리는 ‘쇠부리축제’는 당시 쇠를 부리던 제철작업을 재현하는 행사다.

    유럽 통합의 연결고리로 작용한 것도 철이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 무대인 알자스로렌 지역은 철광석의 보고다. 독일과 프랑스가 몇 번씩 전쟁을 벌이며 탐을 낼 만했다. 그러다가 러시아의 부상에 위협을 느낀 양국이 1950년 유럽석탄철강공동체 설립을 제안했고, 이것이 유럽경제공동체(EEC)와 유럽공동체(EC), 유럽연합(EU)으로 이어졌다.

    한국의 철강 생산량은 세계 6위다. 그러나 ‘철의 날’을 맞은 업계의 표정은 밝지 않다. 중국의 생산량이 급증하고 미국의 보호주의가 강화되는 와중에 우리 정부는 산업용 전기료 인상을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전기가 가장 많이 드는 공정이 제철이니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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