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이 지난달 스팅어를 출시하면서 한 말이다. 스팅어는 기아차의 첫 후륜 구동 스포츠 세단으로 회사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야심작’이다.
지난 8일 강원 원주 오크밸리 뮤지엄산에서 서울 광장동 W호텔로 오는 약 90㎞ 구간을 스팅어 3.3 터보를 타고 달려봤다. 시승한 모델은 터보차저 두 개를 장착한 트윈터보 6기통 3.3L 엔진에 8단 자동변속기를 얹은 최고급형 3.3 GT였다. 최고출력 365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1억원에 달하는 ‘아우디 A7 50 TFSI 콰트로’ 성능을 조금 웃도는 수치다.
운전석에 앉으면 이 차의 성격을 금세 알 수 있다. 운전자 허리를 꽉 감싸주는 스포츠버킷시트와 알루미늄 스포츠페달, 패들시프트(기어변속장치), 다섯 가지 드라이빙 모드 등은 오롯이 주행 성능을 강조한 차라는 점을 증명해준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는 ‘붕’ 하는 엔진 사운드를 토해내며 순식간에 시속 100㎞를 넘어선다. 스포츠모드는 가속 시 엔진 회전수(rpm)를 끌어올려 더 역동적인 고속 주행을 돕는다. 가속 시에도 하체 무게 중심이 노면에 가라앉아 있는 듯 느껴져 차체 균형감이 좋다.
제네시스 G80과 G90(국내명 EQ900)에 탑재된 고속도로주행보조시스템(HDA) 기능도 사용해봤다. 스티어링휠 오른쪽에 달린 버튼으로 차량 속도를 시속 120㎞에 맞춰 HDA를 작동하는 동시에 계기판에 초록색 아이콘이 뜬다. 앞선 차에 다가서니 차가 스스로 속도를 제어한다. 차선도 알아서 맞춰 달린다. 운전하면서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아도 교통 흐름이 원활한 구간에서 반자율주행에 가까운 운전을 할 수 있었다.
스팅어는 분명 안락한 고급 세단보단 운전 재미를 부각시킨 스포츠 세단에 색깔이 맞춰진 차였다. 그래서 시속 120㎞를 넘어가면 실내로 들어오는 풍절음(바람 가르는 소리)이 생각보다 크게 느껴졌다. 스팅어의 거친 주행 감성이 정숙한 세단을 좋아하는 운전자에겐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대목이다.
스팅어 3.3 GT 가격은 4460만~4880만원(옵션 별도)이다.
원주=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