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소기업 R&D, 사업화단계 지원 늘려야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상향 조정하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얼어붙은 내수경기와 높은 청년실업률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우리 경제에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경기회복에 대한 청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어렵다고 말한다. 외환위기와 같은 쇼크가 발생하지 않았고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데 왜 중소기업들은 더 어렵다고 할까.

지난 10여 년간 벤처기업이 2만5000개, 기업부설연구소가 2만 개 이상 증가하는 등 중소기업의 혁신역량은 크게 확충됐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의 연구개발(R&D) 예산도 꾸준히 증가해 2015년 2조2000억원 수준에 달했다. 중소기업의 혁신역량이 이같이 확충됐고 혁신을 뒷받침할 R&D 예산도 적지 않게 공급됐는데 과연 혁신의 성과는 충분히 나타나고 있는 걸까.

통계청에 따르면 중소기업 부가가치생산성(종사자 1인당 부가가치)이 2012~2013년 연속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2014년에도 2011년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의 부가가치생산성은 10년째 31% 수준이다. 소위 ‘혁신의 역설’이 우려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혁신을 통한 개발기술의 사업화 성공률이 낮다는 점이다. 정부 R&D 지원에 따른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성공률은 96%로 나타난 데 비해, 개발기술의 사업화 성공률은 48%에 불과하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최근 3년 내 기술혁신을 통해 신제품이나 개선된 제품을 출시한 기업 비중은 17.1%에 머물고 있다.

중소기업의 기술사업화 성공률이 낮은 것은 사업화자금 및 전문인력 부족과 함께 정부가 기술사업화를 체계적으로 지원하지 못한 데에도 원인이 있다. 정부 R&D 자금의 95%가 기술개발 단계에 투입되고 R&D 기획 및 사업화 단계에는 5% 정도만 지원되고 있다. 정부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기술개발은 집중 지원하지만 개발기술의 사업화를 뒷받침할 만한 전문기관은 없다.

중소기업이 개발한 기술이 사장되는 것을 막고 시장수요에 부응한 제품화를 촉진하기 위해선 중소기업 보유기술의 사업화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기술개발 단계뿐만 아니라 R&D 기획 및 사업화 단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 전(全) 주기적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중소기업 R&D 지원 시 ‘기술적 타당성과 시장 수요가 뒷받침될 기획기능’과 R&D 성공판정 기업에 대한 ‘사업화 지원기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이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시장성이 없거나 사업화가 이뤄지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 중소기업혁신연구(SBIR) 프로그램은 기술적 실현가능성을 검증하는 1단계와 사업성과 시장성 있는 R&D를 지원하는 2단계를 거쳐 기술사업화를 지원하는 3단계로 구분하고 있다는 점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R&D 성공이 사업화로 연계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금·전문인력·지원기관이 유기적으로 기능할 기술사업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중소기업개발기술사업화자금을 확충하고 R&D 성공과제를 사업화하기 위한 전문인력 양성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중소기업 기술사업화를 체계적으로 지원할 전문기관도 없다는 점을 감안해 중소기업진흥공단에 기술사업화 진단·기획·컨설팅·인력양성 등의 기능을 갖추도록 추진할 필요가 있다. 한국 경제가 모처럼 기지개를 켜고 있는 시점에 중소기업의 기술사업화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질 좋은 일자리 창출로 연계되길 기대한다.

양현봉 <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