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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천억 빅데이터 연구소·1400억짜리 AI도서관…신산업 전사 키우는 미국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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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금 동결 7년의 그늘
    4차 산업혁명 선도하는 글로벌 대학들

    스탠퍼드대 2800억원 투입…ChEM-H 센터 내년 완공
    의학·화학 등 융합 연구

    중국 선전시에 대학성(城) 조성 중…칭화대·미국 버클리대 등 유치
    쓰촨성 전자과학기술대, AI·빅데이터 연구 수준 높아

    등록금 의존율 60% 육박…미국 스탠퍼드대는 7% 불과

    국내 사립대 재정 어떻길래
    인건비만 7조, 실탄 부족…대학기금 운용 등 대책 시급
    < “사서 없어요” AI 북봇이 관장하는 도서관 >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센테니얼캠퍼스에 있는 대형 도서관에는 사서가 없다. ‘앨리’라 불리는 인공지능 북봇(bookbot)이 수백만 개의 도서와 자료를 관장한다. 주문자는 도서관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혹은 모바일로 원하는 책을 몇 분 만에 받아볼 수 있다. 각종 도서는 철제 데크 안에 보관돼 있는데 앨리의 명령이 떨어지면 로봇 팔들이 데크 사이를 빠른 속도로 오간다. 랄리=박동휘  기자
    < “사서 없어요” AI 북봇이 관장하는 도서관 >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센테니얼캠퍼스에 있는 대형 도서관에는 사서가 없다. ‘앨리’라 불리는 인공지능 북봇(bookbot)이 수백만 개의 도서와 자료를 관장한다. 주문자는 도서관에 설치된 스크린을 통해 혹은 모바일로 원하는 책을 몇 분 만에 받아볼 수 있다. 각종 도서는 철제 데크 안에 보관돼 있는데 앨리의 명령이 떨어지면 로봇 팔들이 데크 사이를 빠른 속도로 오간다. 랄리=박동휘 기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州) 랄리의 NCSU(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는 ‘명물’이 하나 있다. ‘북봇(bookbot)’으로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이다. 신축 도서관 내 약 200만개의 도서류를 클릭 한 번만 하면 5분 만에 주문자에게 가져다준다. 북봇 등장 이후 도서문헌학이란 학문은 ‘ABM(인공지능, 빅데이터, 머신러닝)’의 영역으로 흡수됐다. 미래 변화의 상징인 지능형 도서관 신축에 NCSU는 1억3000만달러(약 1460억원)를 투자했다.

    한국 대학이 등록금에 묶여 있는 사이 글로벌 대학들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미래의 경쟁’에 대비하는 인재 양성을 위해서다. 미국 제조업의 본산이자 한때 ‘러스트 벨트’로 불린 미시간주의 미시간대는 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를 설립하는 데 1억달러(약 1123억원)를 투입했다.

    재정 넉넉한 미국 대학들, 혁신 선도

    1천억 빅데이터 연구소·1400억짜리 AI도서관…신산업 전사 키우는 미국 대학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 대학은 ‘혁신가의 딜레마(시장을 선도하는 기술을 가진 거대 기업이 더 이상 혁신을 이뤄내지 못하는 현상)’를 극복할 대안 역할을 하고 있다. ‘1년이면 강산이 변할 정도’로 빨라진 ‘미래의 속도’에 대응하려면 대학에서 혁신과 창의로 무장한 인재들을 지속적으로 배출해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이우일 전 서울대 연구부총장(기계항공학부 교수)은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특정 산업을 말하는 게 아니라 혁명적인 변화를 이끌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대학이 혁신 플랫폼의 토대”라고 설명했다.

    미국 대학들은 탄탄한 재정을 무기로 신산업 연구에 수천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스탠퍼드대가 지난해 2억5200만달러(약 2837억원)를 투입해 ‘ChEM-H’라는 새 리서치센터를 세운 게 대표적인 사례다. 의학에 화학 생물학 엔지니어링 등을 결합한 새로운 융합 연구가 목적으로,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ABM’ 분야를 선점하려는 대학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미시간대가 2015년 9월 출범시킨 ‘MIDAS(미시간 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는 4년간 1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교수만 해도 35명에 달한다. 미국 남부 조지아주에 있는 조지아공대는 올 3월 데이터엔지니어링&사이언스연구소를 발족했다. 믈라덴 보크 NCSU 부총장은 “미래를 위한 각종 연구에 연간 투입하는 돈만 5억달러(약 5630억원) 정도”라고 말했다.

    대학에 수조원 쏟아붓는 중국

    아시아라는 역내 경쟁에서도 한국 대학들은 저만치 뒤처져 있다. 중국은 1997년 21세기에 대비해 100개 대학을 육성한다는 ‘211 공정’을 시작으로 9개 대학에 연간 300억위안(약 5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985 공정’ 등 물량 공세로 대학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선전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도심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난산구 실리 호수를 둘러싸고 2000년부터 대학성(城)을 조성 중이다. 이렇다 할 세계적 대학이 없던 선전시 정부는 도심 노른자 땅에 파격적 재정지원책을 제시하며 대학을 유치했다. 베이징대 칭화대 하얼빈공대 등 중국 명문 대학이 이곳에 대학원 분교를 설립했다. 2011년에는 선전시와 광둥성이 공동으로 투자해 남방기술과학대를 새롭게 설립했다. 2014년엔 칭화대와 미국 버클리대의 공동 캠퍼스도 들어섰다.

    국내 지방대로 구성한 ‘유학생 유치 사절단’이 지난해 3월 쓰촨성 전자과학기술대(UEST)를 방문했을 때의 일화는 대학 경쟁력에 관해선 중국의 추격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준다. UEST는 올해 중국 대학 평가 6위, 세계대학 랭킹 153위 대학이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보안이 철저한 연구동을 어렵사리 견학했는데, 학생들이 인공지능을 이용한 자율주행차 시뮬레이션에 몰두하고 있었다”며 “UEST가 보여주는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 장비 상당수가 국내 지방대는 엄두도 못 내는 것들이었다”고 전했다.

    UEST는 빅데이터 관련 창업 인큐베이터를 수년 전 설립했다. 이를 통해 워룽데이터 등 석·박사들이 만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배출되기도 했다. 서울대조차 올해 처음 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를 발족시켰다. 빅데이터 대학원 과정은 출범조차 못 시키고 있고, 관련 창업도 전무하다.

    대학의 재정 모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독일처럼 나랏돈으로 운영하는 ‘국가 지원형’과 미국 사립대와 같은 ‘독립 채산형’이다. 국내 사립대의 재정 구조는 독일과 미국의 중간형이라고 볼 수 있다.

    대학들이 쓸 수 있는 돈은 2010년 등록금 인상률 상한제가 도입되고, 2011년부터 등록금 동결 조치가 시행되면서 매년 18조원 수준(사립대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주요 수입원은 등록금(수업료 포함)이다. 나머지는 사학법인이 병원 등을 운영하면서 번 돈을 대학에 넣은 법인 전입금, 학생 장학금 지급용으로 주로 쓰이는 국고보조금, 기부금, 적립금을 채권 등에 투자해 번 수입 등으로 구성된다.

    국내 대학 재정구조의 취약점은 수입 구조가 다변화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등록금 의존율이 60%에 육박할 정도로 높다. 미국 스탠퍼드대 7%, 예일대 9%(2013년 기준) 등에 비하면 현격히 높은 수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관계자는 “최대 수입원을 정부가 막고 있으니 갈수록 교육 여건이 열악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155개 사립대의 2015년 연구비 지출만 해도 4년 전에 비해 13% 감소했다. 기계 구입비도 29% 줄었다.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매년 증가해 대학이 ‘경영’에 쓸 수 있는 돈이 갈수록 감소한 탓이다. 인건비만 해도 7조원 수준에 달한다. 교비회계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40%다.

    전문가들은 등록금 인상으로 구멍 뚫린 대학 재정을 메울 수 없는 만큼 다른 재원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7조원 규모인 대학기금을 깨자는 주장도 나온다. 주로 동문 등의 기부금으로 쌓인 돈이다. 교비에서 남는 돈을 기금에 쌓는 관행이 있었으나 2011년 법으로 금지됐다. 대학 관계자는 “기금은 건축, 연구, 장학 등 용처가 정해져 있는 터라 학교가 입맛대로 쓸 수 없다”며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마련한 저금통을 당장 깨서 쓰자는 얘기”라고 반박했다. 대학기금 운용도 열악한 수준이다. 예금과 채권으로만 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논의되고 있을 정도다.

    랄리·조지아·새너제이=박동휘/선전=황정환 기자 donghuip@hankyung.com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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