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여러분의 봉사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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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도 <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mjd00053@ksure.or.kr >
![[한경에세이] 여러분의 봉사에 감사합니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706/01.14054582.1.jpg)
어느 날 중령은 전사자 명단에서 동향인 콜로라도 출신 챈스 일병의 이름을 발견하고 시신 운구를 자원한다. 영관급 장교가 일면식도 없던 사병의 시신을 운구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점도 놀랍지만, 운구에 참여한 모든 이가 진심을 다하는 모습은 더 감동적이다. 스트로블 중령은 시신을 운구하는 내내 흐트러짐 없이 숙연한 모습을 보인다. 항공기 환승을 위해 하룻밤 관(棺)을 창고에 보관할 때 중령도 호텔에서 묵지 않고 풍찬노숙(風餐露宿)을 한다. 중령뿐 아니라 관을 비행기에 싣고 내리는 인부들, 조종사, 스튜어디스, 승객들까지 모든 이들은 관을 마주할 때마다 모자를 벗어 경의를 표한다. 장의차를 본 도로 위의 시민들도 전조등을 켜고 애도한다.
실제 미국은 군인에 대한 높은 존경과 깊은 애정을 갖고 있다. 항공사는 군인 우선탑승제를 시행하고, 식당이나 옷가게는 전·현직 군인에게 특별 할인을 제공한다. 길에서 군복을 입은 현직 군인을 본 시민들은 친근하게 다가가 “여러분의 봉사에 감사합니다(Thank you for your service)”라는 말을 건네며 고마움을 표시하곤 한다.
미국 시민의 군인에 대한 신뢰와 애정은 특별한 이념이나 사상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다.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감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소박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복이 긍정적인 이미지만 갖고 있지 않아 아쉽다. 일부이지만 군인을 비하해 ‘군바리’라고 부르고, ‘군대에 가면 나만 손해’라는 인식을 갖기도 한다. 전쟁에서 국가를 지킨 명예로운 역사와 함께 일부 어두웠던 과거 때문이다. 지속적인 처우 개선과 징병 과정의 투명화가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분들의 명예 회복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우리 공동체가 군복무 중 국가를 위해 명예롭게 희생한 군인과 유가족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마음이 필요하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공동체를 위해 봉사했던 모든 분에게 감사의 마음을 갖는 건 어떨까? 현충일 오전 10시 정각 사이렌 소리에 맞춰 그분들의 희생정신을 기억하리라는 다짐과 함께 말이다. “여러분의 애국심에 경의를 표합니다.”
문재도 <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 mjd00053@ksure.or.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