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미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25일 서울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에서 금융권 최초로 도입된 ‘로봇 은행원’에게 자산관리 상담을 받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안상미 한국경제신문 기자가 25일 서울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에서 금융권 최초로 도입된 ‘로봇 은행원’에게 자산관리 상담을 받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25일 오후 2시 서울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 기자가 상담 창구에 앉아 축구공 크기만 한 로봇에게 “알파야, 안녕?”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로봇은 여성 목소리로 반갑게 “안녕하세요 고객님” 하고 기자가 앉아 있는 방향을 향해 머리 부분을 돌리며 반갑게 맞이했다.

로봇이지만 생각보다 딱딱하지 않았다. 날씨 등 간략한 대화를 나눈 뒤 “알파야, 오늘 국내 주식시장은 어떠니?”라고 묻자 로봇은 명료하게 “오늘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 매수세로 또다시 사상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고 안내했다. 국내뿐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각국 증시 상황에 대해서도 척척 설명이 이어졌다.

이 로봇은 우리은행이 국내 금융권 최초로 영업점에 배치한 ‘로봇 은행원’이다. 이름은 ‘우리로보-알파’다. 우리은행은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자산관리에 대한 자문을 맡는 이 로봇을 본점 등 서울시내 영업점 세 곳에 설치했다.

국내 은행 및 증권사들이 앞다퉈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을 통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지만 이렇게 영업점에서 실물 로봇을 배치해 자산관리 서비스를 해주는 것은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이 로봇은 LG CNS가 설계했다. 포트폴리오를 짜기 위해 본격적인 상담에 나섰다. “나에게 펀드 좀 추천해줄래?”라고 요청하니 로봇이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동안 주로 투자해온 상품은 무엇인가요?”란 질문에 기자는 “주식형펀드”라고 답했다. “금융상품에 투자할 때 손실은 얼마나 감수할 수 있나요”라고 물어 와 “수익률이 좋다면 손실은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잠시 후 알파는 ‘공격투자형’이란 분석 결과를 안내했다.

아쉽게도 로봇 은행원 알파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상품 가입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모바일뱅킹 등에서 매매해야 한다. 우리은행 자산관리(WM)본부 관계자는 “한 달간 세 곳의 영업점에서 시범 운용할 계획”이라며 “지금은 실물 로봇을 통해 간단한 대화와 국내외 시황 설명, 투자성향 분석까지 가능하지만 점차 업무 범위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물 로봇을 통한 상담 단계를 마치자 투자성향 분석 결과를 토대로 창구 상담원이 우리로보-알파가 기자에게 추천한 ‘로보 포트폴리오’를 건넸다. 투자금액을 최소 금액인 50만원으로 넣었더니 추천 펀드 5개와 투자 비중 및 매수 금액 등이 나왔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주식인덱스, 글로벌 채권인덱스, 국내 코스피와 채권지수, 금리 데이터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투자자 성향별로 위험수준을 배분해 추천 펀드를 골라준다”며 “비슷한 전략의 펀드라도 보수, 수수료 등이 낮은 상품 위주로 선정해준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모바일뱅킹이나 인터넷뱅킹 등에서 이용할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의 강점은 자신에게 맞는 투자상품을 찾아주는 것뿐 아니라 시황에 따라 주기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준다는 점이다.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각종 이벤트가 발생하거나 투자 펀드의 수익률이 급락 또는 급등했을 때 ‘위비톡’이나 문자 등으로 투자자에게 알려 포트폴리오 조정을 조언해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3개월마다 시황 및 수익률에 따라 시의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다”며 “주식시장 상황을 제대로 지켜보지 않아 펀드의 매매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도와준다”고 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