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만에 재역전된 한·미 금리
10년 만기 국채 금리 한국, 연 2.246% > 미국, 연 2.245%
미국 경기부양 기대 꺾여…금리인상 횟수 줄어들 수도
통상 만기 10년 이상 장기 국채 금리는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미래 경기 전망을 반영한다. 한국 장기 금리가 미국보다 높아졌다는 것은 한국의 미래 경기를 한층 더 밝게 보는 시장 참가자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국 국채 금리는 2015년 9월 10년 만에 미국 국채 금리보다 낮아진 뒤 지난해 7월까지 엎치락뒤치락을 반복했다. 그러다 작년 하반기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전망과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물가 상승(인플레이션) 기대로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금리 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양국 간 금리 격차는 0.4%포인트를 넘어서기도 했다.
양국 간 금리 차가 좁혀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해온 ‘트럼프케어(건강보험법)’ 입법이 무산되면서 대통령 후보 당시 공약한 1조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와 감세 등 경기 부양책이 순조롭게 이행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이달 들어 트럼프 대통령 탄핵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경기 부양을 통한 인플레이션 기대가 수그러들었다”고 말했다. 1월 2%포인트를 넘어선 미국 내 기대 인플레이션율(BEI)은 현재 1.8%포인트대에 머물고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 23일 “골드만삭스 JP모간 등 글로벌 투자은행이 미국 국채 금리의 연말 전망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며 “Fed의 연내 금리 인상 횟수도 당초 예상(2회)보다 적은 1회에 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국고채 금리가 미국 국채 금리보다 높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한 전문가 전망은 엇갈린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체적인 경기 부양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지금 같은 상태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Fed가 2019년 말까지 금리를 연 3%까지 올리겠다고 밝힌 만큼 미국 시장 금리가 상승세를 탈 것이란 전망엔 변함이 없다”며 “조만간 한·미 간 금리가 재차 역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
기사 스크랩
-
공유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