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컴퓨터 하드웨어에 자료가 거의 없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취재수첩] 기록물 합법삭제에 의혹 제기한 청와대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6일 기자들에게 박근혜 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이 고의적으로 인수인계에 필요한 문서를 파기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의 또 다른 관계자도 “후임 정부의 안착을 위해 어느 정도 인수인계를 해줘야 한다는 도덕적·관습적 측면이 있는데 그것에 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정부가 인계한 것이라곤 10쪽짜리 현황보고서와 회의실 예약 내역이 전부였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에서 일했던 한 공무원은 “법에 따라 국가기록원에서 이관 완료 통보를 받은 뒤 삭제한 것인데 문제를 제기해 의아하다”고 말했다. 공공기록물관리법 시행령 제44조 6항에 따르면 ‘인수 완료 결과를 통보받은 공공기관은 해당 전자기록물을 물리적으로 복구가 불가능하도록 삭제 또는 파기해야 한다’고 돼 있다. 지난 3월10일 박근혜 대통령 파면 이후 국가기록원은 청와대에서 934만건의 전자기록물 인수를 끝마쳤다. 이 가운데 10만여 건은 최대 30년간 볼 수 없는 지정기록물로 분류됐다.

취재진이 청와대 측에 “문서 파기가 규정을 위반한 것이냐”고 재차 확인하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인수인계 자료는 남겨 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국가기록원에 이관된 자료를 볼 방법이 없다는 여권의 주장도 근거가 없는 얘기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청와대의 업무 요청이 있으면 자료를 넘겨줄 수 있다”며 “지정기록물 역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 의결이 이뤄진 경우에는 열람할 수 있다(대통령기록물관리법 17조)”고 설명했다.

지난 정부의 과오는 시정하고 고쳐야 한다. 하지만 법과 시스템에 따라 처리한 문제를 ‘관례’나 ‘도덕’이란 이름으로 일방적으로 비난해선 곤란하지 않을까. 과거 정부에서 선량하게 일한 공무원들이 마치 불법을 저지른 것처럼 몰아세우는 것도 적절치 않아 보인다.

조미현 정치부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