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팀 리포트] 최종상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 "탐정 생기면 경찰은 민생 치안에 수사력 집중"
경찰은 1998년부터 공인탐정제 도입을 위한 공청회를 수차례 여는 등 숙원 사업으로 추진해 왔다. 꽤 많은 탐정소설에서 탐정과 경찰의 관계가 앙숙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이 같은 경찰 측 입장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최종상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사진)은 12일 “탐정이 생기면 경찰 인력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며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당사자끼리 해결해야 할 민사 사건이 형사 고소로 처리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사기·고소의 85%가량이 단순채무불이행 등 민사 사건에 속한다. 납치나 실종과 달리 범죄 혐의가 없는 단순 가출까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민원인도 많다. 최 팀장은 “이 같은 사건을 탐정이 맡아 준다면 경찰은 보다 공공성이 높은 민생 치안활동에 수사력을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인탐정 시장이 열리면 퇴직 경찰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도 있다. 지금은 경찰에서 퇴직하더라도 철길건널목관리원 등 경력과 무관한 곳에 재취업하는 사례가 많아 사회적으로 비효율이 크다는 지적이다.

음지에서 불법적으로 성행하고 있는 심부름센터 등 흥신소가 양지로 올라오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국가가 공인한 탐정이 제대로 계약서를 쓰고 법을 준수하며 활동해야 사생활 침해 등 문제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최 팀장은 “탐정 면허를 딴 합법적인 영업소가 생기면 자격 없는 불법 흥신소가 자동적으로 도태될 것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감시 체제가 형성된다”고 했다.

그동안 공인탐정은 법제화 추진 과정에서 번번이 무산돼 왔다. 지난 17대 국회부터 19대 국회까지 발의된 관련 법률은 모두 9건이지만 모두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20대 국회에서는 윤재옥 자유한국당 의원이 ‘공인탐정법’을 대표발의했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인탐정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다만 주무부처를 어디로 둘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의 여지가 있다. 2015년 국무조정실이 경찰청과 법무부 사이에서 조정에 나섰으나 그해 11월 흐지부지됐다. 윤 의원 법안에는 경찰청이 주무부처로 돼 있다. 미국 일본 영국 스페인 등에서도 경찰 혹은 내무부가 탐정을 관리한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