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감세, 美경제 '마중물' 역할"…"능력 위주 이민자 수용 원해"
북핵 문제 해결하려 '中 환율조작국 지정 유보' 시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다시 한 번 '끔찍한 협상'이라고 부르면서 재협상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보도된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나프타(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는 모든 면에서 나쁜 협상이지만, 힐러리 클린턴에 의해 만들어진 한국과의 협상(한미 FTA)은 '끔찍한'(horrible) 협상"이라며 "우리는 그들(한국 정부)에게 재협상 방침을 통보했다(we've informed them that we'll negotiate.)"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편파적인 협상이 아닌, 공정한 협상을 원한다"며 "우리가 공정한 협상을 하게 되면 미국은 매우 잘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재협상 방침을 한국에 어떤 경로로 '통보'했다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도 "한국이 (재협상에) 준비돼 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나 대신 거기에 가서 얘기했다"고 말한 바 있다.

펜스 부통령이 지난달 방한해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연설에서 "한미 FTA 개선(reform)이라는 목표를 향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을 재협상 통보로 여겼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이후 우리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으로부터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한 공식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 나프타로 인해 멕시코와의 무역수지 적자가 700억 달러, 캐나다와의 무역적자가 150억 달러에 이르게 됐다면서 "'커다란'(big) 재협상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거대한'(massive) 재협상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한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나프타를 종료하겠다면서 "(재협상 후) 즉시 무역적자가 '0'으로 줄어들 수는 없겠지만, 언젠가는 '0'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논란이 된 반(反)이민 정책에 대해서는 '능력 위주의 이민자 수용'을 강조했다.

그는 합법적인 이민을 줄이기는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나는 능력에 기반을 둔 이민 시스템을 원한다.

호주와 캐나다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나는 재능 있고, 우리나라를 사랑하며, 우리나라에 기여할 수 있는, 최소 5년간은 아무런 보조금 없이 살 수 있는 이민자를 원한다"고 말했다.

법인세를 현행 35%에서 15%로 낮추는 등 대규모 감세 정책은 미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인터뷰에 동석한 스티브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대규모 감세로 재정적자가 커질 것이라는 주장을 부정하면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투입해야 한다.

단기간 붓는 '마중물'은 (장기적인)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10년의 기간에 걸쳐 세수를 2조 달러 늘릴 것이다"고 기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기업이 너무나 높은 세율로 인해 미국을 떠나 해외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며 이들 기업을 미국 내에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는 낮은 세율로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아일랜드처럼 세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해결하려는 문제에 있어 그(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는 우리를 돕기를 바란다"며 "만약 내가 시 주석에게 '북핵 문제에서 우리를 도와달라. 그런데 우리는 내일 당신 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다'고 말한다면 어떻게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중국이 실제로 환율을 조작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미·중 정상회담을 열었던) 마라라고에서 그와 단둘이 10분간만 얘기하려고 했는데 3시간이나 이어졌다.

나는 그를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는 '대단한 사람'(a great guy)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