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반기문 불출마 선언 후 분화 거듭…문재인 38.6% 최다 득표
'충청권 대망론' 안희정 거쳐 분산…보수 표심 막판 홍준표로 결집

'충청권 대망론'이 일면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쏠렸던 '중원' 충북의 19대 대선 표심은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 대통령을 선택했다.

일찌감치 '반기문 대세론'이 몰아친 충북 표심은 지난 2월 반 전 총장 불출마 선언 이후 분화를 거듭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새벽 완료된 19대 대선 개표 결과를 보면, 충북 지역 득표율은 문 대통령 38.6%,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26.3%,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21.7%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심상정 정의당 후보 6.7%,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5.9% 순이었다.

충북은 반 전 총장의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이 약한 그가 기댈 수 있는 유일한 텃밭이었지만, 불출마 선언 이후 하루아침에 무주공산으로 변했다.

최종 득표율을 보면 반 전 총장을 지지하던 표는 문 대통령과 홍·안 후보 등 3명에게 분산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선과 관련해 충북에 반 전 총장 바람이 본격적으로 불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였다.

반 전 총장은 한국갤럽이 매달 둘째 주 하는 차기 정치지도자 선호도 조사에서 지난해 6∼10월 5개월 연속 전국 1위에 올랐다.

월별 지지율이 26∼28%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충북을 비롯한 충청권 지지율은 33%까지 치솟았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월 12일 유력 후보로 주목받으며 귀국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지지율이 오르기는커녕 각종 구설에 휩쓸리며 오히려 하락세가 이어지자 2월 1일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반 전 총장에게 쏠렸던 표심은 이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안희정 충남지사를 주목했다.

충청권 민심이 몰리면서 안 지사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한때 문 후보의 대세론을 위협하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안 지사가 충청권과 50∼60대, 중도 성향 지지층을 폭넓게 흡수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안 지사는 지난 2월 7∼9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충청권 지지율 27%로, 30%를 기록한 당시 문 후보를 3% 포인트 차로 바짝 추격했다.

같은 달 5∼6일 연합뉴스와 KBS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조사에서도 안 지사의 충청권 지지율은 25.8%로, 문 후보(28.0%)에 근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21∼23일 갤럽 조사에서는 31%로 문 후보와의 격차를 1% 포인트로 좁힌 데 이어 같은 달 28∼30일 조사 때는 27% 대 24%로 충청권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4월 3일 문 후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에는 반기문에서 안희정으로 갈아탔던 표심이 또다시 분화했다.

안철수 후보는 안 지사가 후보군에서 빠진 뒤인 4월 4∼6일과 11∼13일 이뤄진 갤럽 조사 때 충청권 1위 자리를 차지했다.

지지율 42%를 차지하며 39%를 얻은 문 후보를 2차례 연속 앞서며 기염을 토했다.

홍 후보도 표심이 흩어진 충청권에서 이삭줍기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지난 3월 말까지만 해도 2∼3%대에 머물렀던 홍 후보의 충청권 지지율은 안 지사가 대선 무대에서 사라진 뒤 6%(4월 11∼13일 갤럽 조사)로 올랐다.

같은 달 19일 청주KBS가 갤럽에 의뢰한 조사에서는 9.2%로 10%에 근접한 데 이어 이번 대선에서 26.3%를 차지하며 문 대통령에 이어 2위 자리를 꿰찼다.

충북 지역 득표율 1위를 차지한 것은 문 대통령이긴 하지만, 그동안의 여론조사 추이와 대선 득표율을 종합하면 충북 지역 '반풍'(潘風)을 주도한 보수층 표심의 최대 수혜자는 홍 후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콘크리트 지지층'을 토대로 30%대 지지율을 꾸준히 유지, 결국 대선 승리를 일궈냈다.

반면 문 후보에 근접했던 안 후보는 정작 대선에서는 21.7%로, 홍 후보에 4.6% 포인트나 밀려 반풍의 수혜를 끝까지 지켜내지 못했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인 충북 유권자 표심이 통합을 강조하며 보수 끌어안기에 주력했던 안희정 지사를 거쳐 여러 후보에게 분산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충북에서 1위를 차지한 문 대통령이 당선돼 중원인 충북이 전국 민심의 바로미터임을 확인했지만, 막판에 보수 결집을 호소한 홍 후보가 상대적으로 반풍의 가장 많은 혜택을 누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청주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k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