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원진용 씨, ICT 덕분 해외여행하면서 농사…스마트폰으로 원격 제어

"삶의 질이 확 달라졌지요."

경남 김해시 대동면 비발디농원에서 파프리카 농사를 짓는 원진용(58) 씨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농민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햇볕에 탄 흔적이 잘 보이지 않은 외모에다 깔끔한 복장 등으로 보면 평범한 도시 직장인 분위기다.

원 씨는 농장에서 30∼40분가량 떨어진 시내 아파트에 산다.

그는 시내 집에서 자가용을 타고 농장으로 매일 출·퇴근한다.

농부 원 씨 삶을 스마트·정보통신기술(ICT)이 바꿨다.

2004년부터 파프리카 농사를 짓는 원 씨 농장은 1만3천㎡ 규모다.

그런데 농장 두 곳이 9천㎡, 4천㎡ 규모로 제법 멀리 따로 떨어져 있다.

원 씨는 일부 원격 제어를 하는 방식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두 곳을 오가 불편할 뿐만 아니라 시간·비용이 많이 들었다.

그는 농장 두 곳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방법을 고민하다 2015년 대부분 원격 제어가 가능한 스마트 팜으로 바꿨다.

처음 원격 제어는 농장 사무실에 있는 컴퓨터로 했는데 이젠 스마트폰으로 모두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시설하우스 보일러, 양액 공급, 채광 상태, 작물 상황까지 손바닥 안에 있는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최적의 생육환경으로 제어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한 ICT 영농으로 바뀌면서 더 정교하고 과학적인 농업으로 체질을 개선했다.

흙을 밟을 필요 없이 양액재배를 하다 보니 농장 환경은 항상 깨끗하고 쾌적하다.

병해충도 감소해 수확량은 늘었다.

스마트팜 이전엔 평당(3.3㎡) 53㎏였던 생산량은 현재 60㎏을 육박한다.

흙이 없는 농장에서는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컨베어식 작업기로 손쉽게 이동하는 등 수확도 한결 수월해졌다.

스마트폰으로 농장 관리가 가능해진 후 원 씨에겐 여가시간이 늘어났다.

거리가 먼 유럽 등지로 해외여행도 다녀왔다.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원 씨는 "해외에서도 인터넷 환경만 갖춰져 있으면 스마트폰으로 농장 관리가 얼마든지 가능해 외국에서 여행을 즐기며 농사를 짓는다"고 말했다.

그는 3년 전부터 골프도 시작했다.

장시간 농장을 비울 수 없을 때는 꿈도 못 꿨을 취미생활이다.

원 씨가 생산한 파프리카는 전량 일본으로 수출된다.

김해시에는 원 씨처럼 똑같이 스마트 팜 농장으로 전환해 파프리카 농사를 지어 해외에 전량 수출하는 농가가 12곳 있다.

농협에서 명예퇴직한 원 씨 동생도 시설 하우스를 지어 파프리카 농사에 뛰어들었다.

김해시농업기술센터 석동원 농업경영과장은 "수출용 시설 하우스 설치비는 50%를 지원하고, 이후 스마트 팜 농장으로도 계속 지원, 관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원 씨처럼 스마트 팜 시설 하우스를 만들려면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긴 한다.

원 씨는 "둘째 아들이 대학서 원예농업을 전공하는데, 아들이 만약 스마트 팜을 만들려면 더 큰 농장으로 규모화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파프리카 가격은 10년 전 ㎏당 5천∼6천원 했지만, 지금은 3천원 수준으로 내려갔다는 점을 강조한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파프리카 생산에 뛰어든 농가가 늘고 더 규모를 늘리면서 가격은 더 떨어졌다.

원 씨는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우리 농업도 더 스마트하게 경쟁력을 키워야만 미래가 있다"고 말했다.

(김해연합뉴스) 최병길 기자 choi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