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사용승낙서가 필요한 매매계약서에는 통상 ‘계약이 파기되면 사용 승낙도 무효로 한다’는 취지의 특약을 두는데, 매수인의 잔금 미지급 등의 사정으로 계약이 파기되면 매도인으로서는 원상회복으로서 ‘사용 승낙’과 ‘그것을 이용한 건축 허가’를 제거해야 한다. 토지에 건축 허가가 남아 있으면 신규 허가를 받을 수 없는 제한이 따르기 때문이다.
건축 허가의 철회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신청해야 하는데 실무상 지자체는 “허가받은 자만이 철회할 수 있다”며 매도인의 철회 신청을 받아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계약이 파기된 마당에 원래 허가를 받았던 매수인이 순순히 철회에 협조해줄 리도 없다.
그렇다면 매도인으로서는 부득이 건축 허가 철회를 거부하는 지자체를 상대로 ‘건축허가 철회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최근 대법원은 매도인의 손을 들어주는 내용의 주목할 만한 판례를 내놨다.(대법원 2017.3.15. 선고 2014두41190 판결)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살펴보자.
A씨는 공동주택을 짓기 위해 B씨 소유의 토지를 매수한 뒤 B씨로부터 토지사용승낙서를 받아 관할 지자체장으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았다. B씨는 A씨에게 “기한까지 잔금 모두를 지급하지 못하면 별도의 최고 절차 없이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사용승낙서는 즉시 효력을 잃으며, 건축 허가를 포기·철회한다”는 약정을 체결했다.
A씨가 잔금을 내지 못하자 B씨는 계약을 해제한 뒤 지자체에 “사용승낙서가 실효되고 이에 기초한 건축 허가 역시 더 이상 존속시킬 필요가 없는 사정이 생겼다”며 건축 허가 철회를 신청했다.
그러나 지자체는 허가 철회를 거부했다. 이에 B씨는 지자체를 상대로 건축허가 철회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대법원은 “지자체가 B씨의 신청에 따라 A씨의 허가를 철회함으로써 B씨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인정되고, 이를 건축주인 A씨가 받는 불이익과 비교·교량해 볼 때 B씨의 이익을 보호할 필요가 건축주 A씨의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하다. 이에 따라 지자체에 건축허가 철회신청 거부처분을 다시 취소하라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며 매도인인 B씨의 손을 들어줬다.
결론적으로 매매계약서 특약에 안전장치를 제대로 해둘 필요가 있다. 즉 향후 매매 해제 시 교부한 사용승낙서를 무효로 한다거나, 매도인이 일방적으로 허가 철회신청을 해도 된다는 내용을 포함시키거나, 미리 계약해제조건부 허가철회신청서와 매수인의 인감증명서까지 받아두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