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2일 새벽 귀가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이날 법원은 '최순실 국정농단' 묵인·방조한 혐의 등을 받은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12일 새벽 귀가하기 위해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이날 법원은 '최순실 국정농단' 묵인·방조한 혐의 등을 받은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8가지 혐의로 불구속 기소…특검·검찰 구속영장 2차례 기각
"해경 압수수색 전화 개입", 우병우는 혐의 부인…법리 공방
배임·차명부동산 의혹 부인·장모는 불구속 재판…"우병우 공모 인정안돼"


검찰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최순실 게이트' 진상 은폐에 가담하거나 정부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결론짓고 그를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우 전 수석은 주요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구속영장도 두 차례나 기각된 바 있어 재판 과정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은 탈세·횡령 등 우 전 수석의 개인 비리 의혹은 무혐의로 판단했으나 그의 부인과 장모 등의 혐의를 일부 확인하고 재판에 넘겼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이하 특수본)는 우 전 수석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및 불출석) 등의 혐의로 17일 불구속 기소했다.

특수본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작년 10월 안종범 당시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비선 실세' 최순실 씨 등이 중심이 돼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를 불법적으로 설립한다는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직무 감찰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고 안종범에게 법률적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등 진상 은폐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우 전 수석은 같은 해 7∼8월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이 자신에 대한 감찰을 개시하자 '감찰을 중단하지 않으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특별감찰반의 직무수행을 방해한 혐의로도 기소됐다.

특수본은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포착한 3가지를 포함해 4건의 직권남용 혐의로도 우 전 수석을 기소했다.

그는 우선 작년 5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민간 스포츠클럽에 대한 현장 실태점검을 나가겠다고 압박해 대한체육회 및 전국 28개 K스포츠클럽으로 하여금 법률상 의무가 없는 감사준비를 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은 작년에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부 장관이 문체부 국·과장 6명과 문체부 감사담당관 백 모 씨를 좌천시키도록 외압을 행사한 혐의도 받는다.

공정거래위원회 김 모 시장감시국장이 2014년 12월 17일 열린 공정위 전원 회의에 출석해 'CJ E&M에 대한 검찰 고발이 필요하다'는 내용 문건을 제출하고 같은 취지로 의견을 밝히도록 강요한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됐다.

우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검찰이 수사에 나섰을 때 압수수색 과정에 개입했음에도 이에 관해 위증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는다.

그는 2014년 6월 5일 검찰이 해경과 청와대의 전화 통화 녹음파일을 압수수색하려고 할 때 수사팀장인 윤대진(현 부산지검 2차장) 당시 광주지검 형사2부장에게 전화해 "청와대와 해경 간 전화 통화 녹음파일을 꼭 압수해야 하겠는가요"라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본은 우 전 수석이 이처럼 개입해놓고 작년 12월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 출석해 '단순히 상황만 파악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은 위증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당시 수사팀이 영장을 새로 받아 압수수색을 관철했으므로 직권남용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우 전 수석은 작년 10월 21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은 혐의도 받는다.

하지만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사건 수임한 것을 100% 신고했다"며 변호사 시절 수입을 축소 신고해 탈세했다는 의혹 등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우 전 수석 개인 비위 의혹 수사를 전담했던 특별수사팀(팀장 윤갑근 대구고검장)은 그의 부인 이모 씨가 가족회사 정강의 법인 카드를 개인 용도로 쓰고 회사차를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를 포착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또 차명 부동산 의혹을 산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은 부동산등기 특별조치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우 전 수석은 그간 '최순실과 아는 사이가 아니다'며 주요 혐의를 강력하게 부인했으며 주어진 권한 범위 내에서 민정수석 등의 업무를 수행했을 뿐 직권을 남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은 두 번이나 기각된 바 있어 재판 과정에서 검찰과 사실관계 및 법리 공방이 팽팽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검과 검찰의 구속영장은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의 정도와 그 법률적 평가에 관한 다툼의 여지 등에 비추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고, 이미 진행된 수사와 수집된 증거에 비추어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각 기각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이보배 기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