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대행에 정만화 수협중앙회 상무 선임

수협은행 은행장 선출이 또다시 무산됐다.

수협은행 은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11일 회의를 열고 차기 행장 선출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고 오는 20일 회의를 다시 열기로 했다.

대신 수협은행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오는 12일 임기가 끝나는 이원태 행장을 대신해 정만화 수협중앙회 상무를 행장 직무대행으로 선임했다.

수협은행의 행추위가 차기 행장을 선출하지 못한 것은 수협은행의 지분 100%를 보유한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에 1조7천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한 정부가 미는 후보가 서로 달라서다.

수협은행장 선출을 위한 행추위 회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달 9일이다.

위원들은 첫 회의에서 강명석(57) 수협은행 상임감사를 포함한 네 명의 지원자를 상대로 면접을 봤다.

그러나 최종 후보를 선정하지 못하고 결국 재공모를 결정했다.

정부 측이 추천한 행추위원과 수협중앙회 추천 행추위원의 의견이 갈려 합의에 이르지 못한 한 것이다.

행추위원 5명 중 3명은 기재부 장관·금융위원장·해수부 장관이 각각 추천하고 나머지 2명은 수협중앙회장이 추천하게 돼 있다.

수협은행 정관은 행추위원 5명 중 4명 이상이 찬성해야 은행장이 선출되도록 규정하고 있어 어느 한쪽이 반대하면 사실상 은행장을 뽑을 수 없다.

2차 행장 공모에는 이원태 현 행장이 도전장을 내밀었고 수협 측이 지원하는 강 상임감사와 이 행장의 2파전이 형성됐다.

이 행장은 행정고시 24회로 기획재정부 관세정책관, 예금보험공사 부사장 등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2013년 3월부터 수협은행장을 지내고 있다.

강 상임감사는 1986년 수협중앙회에 입사해 30대 중반에 지점장을 지내고 40대에 상임이사에 오르며 능력을 인정받은 내부 출신 '수협맨'이다.

현재 수협중앙회 측은 "수협은행이 독립해 새 출발을 한 만큼 내부 출신이 행장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부 측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수협은행이 '그들만의 잔치'를 해선 안 된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날 차기 행장을 선출하지 못한 행추위는 20일 회의를 재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초 이 행장의 임기가 끝나기 전에는 행장을 선임하려던 계획이 무산돼 일각에서는 다음 정권으로 행장 선임을 넘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수협은행은 당분간 행장 없이 대행 체제로 운영되게 됐다.

이날 행장 직무대행으로 선임된 정 비상임이사는 1956년생으로 부산수산대학교 수산경영학과를 나와 1981년 수협중앙회에 입사했다.

수협에서는 감사실장과 수산경제연구원장, 수협 중국 위해 법인 유한공사 사장을 거쳐 수협중앙회 상무 겸 수협은행 비상임이사로 재직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laecor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