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려 붉은 원피스와 화려한 중국 전통의상
펑리위안, 대외활동 활발 VS 멜라니아, 은둔의 퍼스트레이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역사적인 정상회담에 두 퍼스트레이디도 관심을 받고 있다.

7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모델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가수 출신인 시 주석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의 정상회담 만찬 패션을 비교하고, 패션에 담긴 의미를 조명했다.

펑리위안은 꽃무늬가 화려하게 수놓아지고 깃이 목까지 올라오는 전통 디자인의 푸른색 드레스를 입었다.

중국 전통의상 치파오(청삼)을 개량한 옷이다.

패션 전문가들은 다른 문화에 열린 태도를 보여주는 단순하고 현대적인 드레스를 입어야 한다고 조언했으나, 중국 전통 디자인을 좋아하는 펑리위안은 취향을 고수해 문화적 뿌리를 부각하는 옷을 입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의 '패션 아이콘'으로 통하는 펑리위안은 평소 중국 전통과 서구적인 세련미가 어우러진 다소 보수적이고 우아한 의상을 즐겨 입는다.

SCMP 패션 에디터 장징은 "펑리위안의 세련된 의상은 세계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면서 주목받는 새로운 중국의 '소프트 파워'를 나타낸다"고 분석했다.

전직 모델 멜라니아는 목과 어깨가 드러나면서 무릎을 덮는 단순한 디자인의 붉은색 민소매 드레스를 선택했다.

멜라니아가 중국에서 행복과 행운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색상으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을 선택한 것은 중국 문화에 대한 배려라고 미언론은 해석했다.

모델 출신으로 패션 감각만큼은 누구보다 앞서는 멜라니아는 때로는 지나치게 화려한 의상을 입는 게 아니냐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미 CNN 방송에 따르면 멜라니아가 정상회담 만찬에서 입은 원피스는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발렌티노 제품으로, 뉴욕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 홈페이지 기준 판매 가격은 5천490달러(약 624만원)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각각 부인과 같은 색의 넥타이를 착용했다.

결혼 전 각각 패션계와 연예계에 몸담은 멜라니아와 펑리위안은 모두 평소 남다른 패션 감각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퍼스트레이디가 된 후 모습은 완연히 달랐다.

펑리위안은 전통적인 중국 지도자 부인의 상을 여지없이 깨뜨렸다.

덩샤오핑의 부인 줘린(卓琳), 리셴넨의 부인 린자메이(林佳媚), 장쩌민의 부인 왕예핑(王冶坪), 후진타오의 부인 류융칭(劉永淸) 등은 모두 뒤에서 조용히 남편을 보필하는 전형적인 '그림자 내조형'이었다.

중국인 가운데 상당수는 이들의 이름조차 기억 못 한다.

그러나 펑리위안은 시진핑이 국가주석이 된 후에도 전국문학예술계연합회 부주석, 세계보건기구(WHO) 에이즈·결핵 예방치료 친선대사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에이즈 퇴치에 앞장선 공을 인정받아 유엔으로부터 공로상을 받았다.

남편의 외국 순방에도 적극적으로 동행한다.

세련된 이미지를 내세우며 국제 외교 무대에 모습을 비치기도 한다.

2015년 9월에는 여성·아동·교육을 주제로 한 유엔 회의에서 영어로 연설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로 인해 펑리위안은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인 카를라 부르니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스타급 퍼스트레이디'로 평가받는다.

퍼스트레이디로서 멜라니아는 펑리위안과 영 딴판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에도 남편을 따라 백악관으로 향하지 않고 뉴욕의 트럼프타워에 은둔하고 있다.

길거리는 물론 열한 살 아들 배런이 다니는 사립학교 근처에서도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오죽하면 파파라치들마저 추적을 포기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다.

이는 전통적인 미국 퍼스트레이디의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미셸 오바마는 두 딸을 돌보면서도 여러 대외 행사에 참여하고 패션 전문지 보그의 표지를 장식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힐러리 클린턴은 의료보험 개혁 등에 깊이 관여해 퍼스트레이디에게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준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일었다.

반면에 멜라니아는 남편인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공식적인 행사에 참여한 횟수를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다.

재클린 케네디, 낸시 레이건 여사 등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적인 퍼스트레이디의 역할을 원치 않는 그녀의 모습에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안승섭 김아람 기자 ss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