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대북송금특검 논란에 '국민동의 구하지 않은 방법은 안 돼'"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인 문희상 의원은 7일 대통령 탄생 과정과 국정운영, 지도자의 덕목 등에 대한 견해를 담은 책 '대통령'(도서출판 경계)을 펴냈다.

국민의 정부 초대 정무수석, 참여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역임한 6선의 문 의원은 이 책에서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얽힌 다양한 일화를 소개했다.

문 의원은 참여정부 초반 본인의 매제인 당시 이상업 경찰대학장이 경찰청장 후보로 물망에 올랐던 일을 회고했다.

문 의원은 "그때 단호하게 반대하고 나선 이가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이었다"고 말했다.

당시 문 수석이 '사슴같이 선한 눈망울을 똑바로 뜨며' 이 학장에 대해 "경력도 제일 낫고 평가점수도 가장 높지만 절대 안 된다.

비서실장 매제가 청장이 되면 과연 국민이 납득하겠나"라고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는 것이다.

문 의원은 "아무리 반박해보려 해도 할 수 없는 지극히 당연하고 원칙적인 지적이었다"면서 "속으로 '매제, 나 때문에 미안해'라고 되뇌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과 부딪힌 일도 소개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경선에서 후보로 선출된 후 당시 새천년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노 후보는 1원 한장 가져다주지 않으면서 외려 당에다 선거자금 타령만 하고 있으니 대체 선거를 어찌 치를 셈인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그날 밤 당시 기획단장이던 문 의원과 마주앉은 노 전 대통령은 모욕을 감수하며 대통령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후보, 그만할랍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문 의원이 탁자를 내려치며 "좋습니다.

당장 기자들 불러 모아 후보 사퇴한다고 선언하세요"라면서 "당신은 개인 노무현이 아니다.

노란 손수건 두르고 돼지저금통 들고 뛰어다닌 국민은 뭐가되나"라며 일갈하자 노 전 대통령이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렸다고 회상했다.

노 전 대통령 취임 직후 국회에서 대북송금특검법이 통과됐을 때 노 전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를 포기한 뒤 그 이유에 대해 "아무리 목적이 선하더라도 국민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는 방법은 하지 않는 편이 좋다"라고 말했다고 문 의원은 전했다.

이에 대해 문 의원은 "대북송금특검이 (김대중·노무현) 두 대통령 간의 개인적 신뢰관계까지 금을 그어놓은 것 같지는 않다"면서 "각자 주어진 상황에서 어렵지만, 선택을 하고 고통이든 비난이든 책임을 지며 살아갈 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이던 2013년 2월 민주당 비대위원장 자격으로 회동한 일을 떠올리며 "그 자리에서 그가(박 전 대통령이) 뭐라 답했는지 솔직히 기억에 없다.

주어와 서술어가 뒤죽박죽이어서 핵심을 파악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 "세월호 참사 후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박 전 대통령에게 '국회 앞에서 기다리는 유가족 한 분 만이라도 다가가서 손을 잡고 등을 어루만져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지만, 끝끝내 외면한 채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고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호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