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3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이 심상치 않다. 국민의당 경선에서 파죽의 5연승으로 대선후보 자리를 굳힌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문재인 대세론’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여론지지율 추이는 안 전 대표가 일찌감치 공언한 ‘문재인-안철수’ 양강구도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안 전 대표는 3일 내일신문과 디오피니언이 발표한 4월 정례여론조사 양자대결에서 처음으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쳤다. 안 전 대표는 43.6%로 문 전 대표(36.4%)를 7.2%포인트 앞질렀다. 3자대결에서도 안 전 대표는 32.7%로 문 전 대표(36.6%)를 바짝 추격했다.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는 10.7%였다. 5자대결에서 안 전 대표는 27.3%의 지지율로 문 전 대표(33.7%)와의 양강구도를 굳혀가는 분위기다. 홍 지사(8.3%)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3.2%), 심상정 정의당 후보(3.0%) 등은 ‘10%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태풍으로 변해가는 '안풍'…양자대결서 문재인 제쳤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안 전 대표는 19%로 전주에 비해 9%포인트 급상승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등의 영향으로 중도 보수층 표심이 안 전 대표로 향하고 있는 데다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벽’을 넘기 힘든 것으로 평가된 안희정 충남지사 등의 표도 일부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안 지사는 17%에서 14%로 떨어졌다. 안 지사 지지표가 안 전 대표 쪽으로 옮겨갔음을 시사한다.

리얼미터의 이날 조사에서도 안 전 대표의 상승세는 뚜렷했다.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남녀 255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7∼31일 벌인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1.9%포인트)에서 안 전 대표는 18.7%로 문 전 대표(34.9%)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문 전 대표가 전주에 비해 0.5%포인트 오른 데 비해 안 전 대표는 6.1%포인트 급등했다.

물론 ‘안풍’을 안 전 대표의 경선 압승에 따른 ‘컨벤션 효과’와 민주당의 경선 과열에 따른 일부 지지층 이탈 등이 맞물린 일시적 현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문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민주당 경선 후보 세 명의 지지율이 60%에 육박한다”며 “안 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의 지지층 대부분은 결국 문 전 대표 쪽으로 흡수될 것”이라고 말했다.

갤럽 조사를 보면 ‘안풍’의 진원지는 남쪽이다. 호남지역 지지율은 37%로 전주에 비해 6%포인트 상승했다. 문 전 대표는 1%포인트 하락한 46%였다. 두 후보의 호남 지지율 격차가 크게 줄어들면서 “호남이 후보 선택을 놓고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산·울산·경남지역은 5%에서 14%로 뛰었고, 대구·경북지역도 8%에서 19%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연령별로 보면 50대 이상에서 상승폭이 컸다. 50대에서는 11%에서 25%로, 60대 이상에서 15%에서 27%로 상승했다. 정치권은 통합연대 논의 등에 따른 ‘안풍’의 확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로선 ‘자강론’을 앞세운 안 전 대표가 자유한국당이나 바른정당을 연대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들과의 연대는 야권성향 지지층 이탈 등으로 시너지보다는 역효과를 낼 수 있어서다. 반면 독자출마와 제3지대 통합론을 놓고 고심 중인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와 연대가 성사되면 ‘안풍’이 ‘태풍’으로 바뀔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전 대표는 “안철수는 합리적인 사람”이라며 “독자 노선으로 가겠다면 지지율 상승에는 한계가 있다. 자신이 잘 알 거라고 본다”며 연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