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랩스커버리 기술이 완성되는 데 10년이 더 걸렸습니다. 펜탐바디는 이보다 더 빠른 성과를 낼 것으로 확신합니다.”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는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말께 펜탐바디를 적용한 임상시험에 본격 착수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렇게 말했다. 권 대표는 지난달 10일 경영관리를 담당하는 우종수 대표와 함께 연구개발(R&D) 총괄 대표로 선임됐다. 그는 “안팎에서 한미약품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많은 것을 알고 있다”며 “기존 R&D 성과를 뛰어넘는 새로운 비전을 내실 있게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투톱 체제로 책임경영 강화

권세창·우종수 대표체제로 진영을 갖춘 한미약품이 재도약에 나섰다. 한미약품에는 지난해 5조원 규모에 달한 사노피아벤티스와의 일부 계약 해지, 불성실 공시 논란 등으로 흔들린 신뢰를 다지고 R&D로 미래 가치를 증명해야 할 숙제가 주어졌다. 창립 44년 만에 공동대표 체제라는 새로운 실험을 하게 된 것도 책임경영을 강화해 성과를 조기에 내기 위해서란 분석이다.

한미약품은 펜탐바디로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승부수를 띄웠다. 한미약품의 중국법인 북경한미가 개발한 펜탐바디는 병을 유발하는 병원체에 대항하는 항체가 면역세포와 암세포에 동시에 작용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표적항암제와 면역세포가 스스로 암을 치료하도록 하는 면역항암제의 장점을 동시에 갖춘 신개념 항암제를 개발할 수 있다. 기술력을 알아본 중국 바이오회사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는 한미약품에 이미 손을 내밀었다. 두 회사는 2019년께 암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권 대표는 “개량신약부터 혁신신약으로 이어지는 노하우를 축적해 오면서 R&D 과정의 효율화로 상용화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며 “공동 개발을 원하는 해외 제약사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희귀질환에도 도전

표적+면역항암제 '펜탐바디'로 신약 승부수
지금의 한미약품을 있게 한 ‘랩스커버리’로는 희귀질환 치료제로 개발을 확대할 방침이다. 랩스커버리는 기존 치료제보다 몸 안에서 오랫동안 약효를 발휘하는 지속형 치료제 기술이다. 한미약품이 사노피아벤티스 얀센 등에 거액의 기술 이전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도 이 기술 덕분이다.

지금까지 랩스커버리는 당뇨나 비만 같은 만성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적용됐다. 만성질환 치료제는 평생 주사를 맞아야 한다. 이 때문에 랩스커버리 같은 투약 횟수를 줄일 수 있는 지속형 치료제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다. 희귀질환도 평생 관리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만성질환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권 대표는 “펩타이드 등 관련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R&D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초기 연구에서 랩스커버리와 희귀질환 치료 기전이 잘 맞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생산 문제 해결했다”

한미약품은 올해도 전년 수준의 R&D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R&D에만 1626억원을 투자했다. 전체 투자액은 전년보다 소폭 줄었지만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18.4%로 확대됐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많은 비용을 R&D에 투자했다.

사노피아벤티스, 얀센 등에 이전된 치료제 기술의 임상시험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신약 개발이 정해진 일정에 맞춰 이뤄지기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도 “글로벌 수준의 생산 인프라를 내부적으로 구축하는 데 시간이 걸렸고 현재 많은 부분이 해소돼 파트너사와 맞춰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대표는 “올해 한미약품의 경영 슬로건은 신뢰 경영”이라며 “신약 개발이 곧 신뢰 경영의 핵심이라는 생각으로 확고한 비전과 성과를 보이겠다”고 했다.

조미현/김근희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