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한국의 정책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중국에서 일고 있다. 오는 5월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재검토가 이뤄지면 사드 배치 문제 역시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11일 ‘대선 앞둔 한국, 외교 변화 얼마나 클까’란 제목의 사평(社評)에서 “박 전 대통령 청산 작업이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그가 추진한 각종 정책이 잘못됐다면 이 또한 다시 고려하고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의 외교정책과 관련해 “임기 전반기엔 중·미 간 균형정책을 취하다 사드 배치 결정으로 미국 품에 안겼다”고 평가하면서 “(외교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한국 사회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태도는 모순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력 대통령 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사드 배치 문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소개하면서 “그가 당선되면 한국 외교는 새로운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 외교가에선 중국 정부가 한국의 대선 일정을 감안해 당분간은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보복의 고삐를 조이진 않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최근 중국 내 한반도 문제 전문가그룹이 ‘현시점에서 보복 조치의 강도를 높이면 한국 내 반중(反中) 정서를 증폭시켜 향후 대선 국면에서 사드 반대론자들의 입지를 좁힐 수 있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중국 지도부에 올렸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의 한국 대기업 대표도 “10일로 예정됐던 일부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방점검 등이 연기된 것도 중국 정부 내의 기류 변화를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주중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오는 15일 소비자의 날에 방영되는 중국 관영 CCTV의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 ‘3·15 완후이(晩會)’가 사드보복 조치의 단기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롯데그룹을 비롯한 한국 기업이 집중 타깃이 되면 중국 내 한국 상품 불매 운동이 더욱 확대될 수 있어서다.

한편 한국무역협회가 중국에서 사업을 하는 국내 597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6.2%인 335개가 이미 피해를 입은 것으로 답했다고 12일 밝혔다. 3개월 안에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도 197개(32.9%)에 달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김순신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