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박근혜 대통령도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남경필 "최순실 사태도 대통령에게 권한이 몰려서다"…지방분권 역설


바른정당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3일 나란히 '보수의 심장' 대구에서 대권 행보에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유 의원과 남 지사가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시점에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방문한 것이다.

특히 대구 출신임에도 박 대통령으로부터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힌 탓에 대구·경북 지역 지지율이 낮은 유 의원은 전날에 이어 이틀째 대구에 머무르며 기자 간담회를 열고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지방분권개헌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유 의원은 이날 대구지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헌재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탄핵심판 과정에서 대통령께서 보여주신 모습은 당당함과는 거리가 있었다"며 "대통령께서 헌재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의사를 밝혀주시면 국론 분열을 막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 의원은 전날 SBS '숏터뷰'에 출연, 전·현직 대통령과 대선주자를 야구 수비 포지션에 배치하면서 박 대통령을 투수로 꼽기도 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시절 야구 동호회 활동을 했던 그는 "(박 대통령이) 선수로 뛰시기는 좀 곤란하지만, 잘 던질 기회를 드려야죠"라며 박 대통령과의 묘한 '애증'을 드러내기도 했다.

유 의원 측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유 의원에게 대구는 변치 않는 토대"라며 "'최순실 사태'로 침묵하는 영남의 보수층을 안심시키기 위해 대구를 찾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박 대통령을 "대한민국의 딸"이라며 자신이 지키겠다고 했던 남 지사도 이날 대구에서 지방분권개헌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남 지사는 결의대회에서 "최순실 사태가 일어난 것도 대통령에게 권한이 몰려서다.

대통령 권한을 분산시키고 중앙정부, 수도권 권한도 분산해야 한다"며 "대통령 할 사람이 개헌을 약속해야 하고 그런 사람을 뽑아 달라"고 말했다.

남 지사는 개헌 결의대회 참석에 이어 지난 연말 큰 불로 피해를 본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대구의 상징적 공간인 서문시장에서 남 지사는 자신이 강조하는 협치와 연정을 거듭 역설했다.

남 지사 측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보수의 텃밭인 대구에서 진영 논리를 깨고 이념·지역 간 통합을 강조하겠다"며 "합리적이고 깨끗한 진짜 보수는 적폐를 옹호하는 수구와 다르다"고 말했다.

남 지사는 그동안 경기도 이외 지역을 다닐 기회가 다른 주자들에 비해 적었다.

이날 대구를 찾은 남 지사는 오는 4일 부산, 5일 광주를 방문해 '통합과 연정'의 전도사를 자처할 계획이다.

보수정당인 바른정당 주자로 나선 유 의원과 남 지사가 이번 대구 방문으로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8일부터 전날까지 전국 유권자 1천1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에 ±3.1%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바른정당 지지율은 5%로 창당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편, 자유한국당 대선 주자인 원유철 의원도 대구를 방문해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원 의원은 결의대회에서 "자주재정권, 자치입법권, 자치조직권 이 세 가지를 지방분권개헌에 꼭 반영했으면 좋겠다"며 "중앙과 지방이 수평적인 동반자로 생각하는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