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대선주자들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야구장의 타자로 등장하는가 하면 환갑을 넘긴 나이에 ‘래퍼’로 변신하기도 한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2일 ‘숏터뷰’에 출연한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숏터뷰는 개그맨 양세형 씨가 진행하는 SBS의 모바일용 예능·대담프로그램으로 네이버와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전파된다. 유 의원은 야구장에서 양씨가 던지는 공을 받아치는 타자로 나왔다. ‘야구광’인 유 의원의 모습을 보여줘 경제학자 출신의 깐깐하고 진지한 이미지를 벗어나고자 하는 의도다.

천정배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천정배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
그는 촬영 도중 부상을 당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헬멧과 장갑 등 보호장구 없이 정장 차림으로 야구방망이를 잡고 공을 치는 과정에서 강한 진동을 손목이 이기지 못한 것이다.

지난 1월엔 숏터뷰에 안희정 충남지사가 나왔다. 안 지사는 인기 아이돌그룹 ‘엑소(EXO)’를 패러디해 불려진 별명인 ‘충남 엑소’를 적극 활용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양씨를 두 손으로 번쩍 안아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천정배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63세의 나이에 힙합을 하는 ‘래퍼’로 변신했다. 자신을 홍보하는 랩을 직접 불러 유튜브에 공개한 것이다. 천 전 대표는 동영상에서 스냅백 모자를 거꾸로 쓰고 은빛 신발을 신은 채 등장한다. 랩은 ‘내 이름을 기억해-MC 정배’라는 제목으로 “내 이름은 천정배. 아직 모르다니 섭섭해. 나 대통령 후보야! 대선 출마 선언도 했다 이거야”라는 가사가 이어진다. 노무현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까지 지낸 5선 국회의원이 스스로 망가지는 ‘파격’까지 보이며 인지도 제고에 나선 것이다.

다른 대선주자들도 ‘예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스스로 ‘고구마 문재인’ ‘사이다 이재명’ ‘생수 안철수’ 등으로 별칭을 붙여가며 이미지 반전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다. 인간적인 면모만 강조하다 보니 그들이 내세우는 국정철학과 정책 공약을 제대로 검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인과 유권자가 흥미 위주의 이미지 정치에 매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