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이름값' 못하는데…정부, 또 알뜰주유소 띄우기
정부가 주유소 간 경쟁을 유도해 기름값을 잡겠다며 내놓은 알뜰주유소에 대해 대표적인 ‘성공작’이라는 자평을 내놨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알뜰주유소의 기름값이 가장 싸다”며 “석유시장의 경쟁 촉진과 가격 인하에 기여하고 있음이 실증적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알뜰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전국 평균 가격인 L당 1402.6원, 1182.5원보다 31.8원씩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데이터를 덧붙였다.

하지만 산업부 주장대로 알뜰주유소가 성공했다는 건 시장의 인식과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알뜰주유소는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말 한마디에 지식경제부(현 산업부)가 총대를 메고 이듬해 도입한 정책이다. 2012년 당시 국내 보통휘발유 가격은 L당 2000원 이상까지 올랐다.

정부는 당시 알뜰주유소를 도입하면서 일반 주유소에 비해 L당 70~100원 싸게 기름을 공급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찮다. 알뜰주유소는 한국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가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대량 구입해 운영한다. 한꺼번에 많이 사기 때문에 약간은 쌀 수 있지만, 일반 주유소와 똑같은 정유사에서 공급받으므로 가격을 낮추는 데 한계가 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떨어진 지난해에는 “신용카드 할인 혜택을 감안하면 일반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는 게 더 저렴하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최근 유가가 50달러 선으로 반등하면서 기름값이 오르자 그나마 일반 주유소와의 가격차가 조금 벌어졌을 뿐이다.

서민 입장에선 정부의 홍보가 피부에 와닿지도 않는다. 주변에서 알뜰주유소를 찾아보기 힘들어서다. 전국 주유소는 1만1932개인데 이 중 알뜰주유소는 9.8%인 1168개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지방에 몰려 있다. 서울에 있는 552개 주유소 중 알뜰주유소 비중은 겨우 0.2%(11개)다.

알뜰주유소는 도입될 때부터 ‘반(反)시장적 정책’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실제 기름값 인하를 유도하는 효과도 작아 인위적인 시장개입의 실패 사례로 꼽히기까지 했다. 정부가 알뜰주유소 공급 입찰에 참여하는 정유사들에 싼 가격을 적어 내도록 ‘보이지 않는 시그널’을 줬다는 비판도 있었다.

정부는 유가가 상승 조짐을 보이자 최근 들어 다시 알뜰주유소 띄우기에 나섰다. 기름값 상승에 따른 서민 불만을 미리 잠재우려는 ‘꼼수’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 이유다.

이태훈 경제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