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1일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신문사 공동 주최로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안 전 대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21일 현대경제연구원과 한국경제신문사 공동 주최로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 안 전 대표,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거침이 없었다. 안 전 대표는 21일 한국경제신문사와 현대경제연구원 주최로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정치 경제 사회 등 각종 현안을 묻는 질문에 단 한 번의 막힘도 없이 답변을 이어갔다. 안 전 대표는 4차 산업혁명 대비와 한·미 동맹에 기초한 ‘자강론(自强論)’, 학제 개편을 앞세운 교육 개혁 등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구상을 상세히 밝혔다.

[한경 밀레니엄 포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지지율 지금은 낮지만…누가 미래 잘 이끌지 국민들이 판단할 것"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그동안 우리 기업들을 잘 관리받는 동물원 속 동물로 비유했다. 공정경쟁과 동반성장을 바탕으로 초원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없다는 의미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작동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또 현재 정체된 지지율을 치고 나갈 동력이 있나.

▷안 전 대표=세계 1위 검색 기업인 미국의 구글은 자신들이 생태계를 구축하면 다른 회사들이 그 속에서 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개방형 구조로 장기적인 상생을 추구하고 있다. 반면 국내 1위 검색 회사 네이버는 모든 콘텐츠를 자신들이 갖는 ‘폐쇄형 독점 구조’ 속에서 단기적 수익 극대화 모델을 추구하고 있다. (동물원 이론은) 결국 구글처럼 모두가 공생하는 생태계를 만들자는 뜻이다. 현재 지지율은 과거를 가장 잘 청산할 사람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탄핵이 인용되면 현재가 아니라 우리 미래를 잘 끌고 나갈 사람으로 (평가) 기준이 바뀔 것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4차 산업혁명의 걸림돌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를 되레 하겠다고 했다. 산업 간 융합이 핵심인 4차 산업시대에 맞춰 공정위의 역할을 약화시켜야 하는 것 아닌가.

▷안 전 대표=공정위의 권한 강화는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옥죄자는 게 아니다. 과거 미국 공정위가 미국 전역에 독점적 사업 권한을 가진 통신회사 AT&T를 강제로 분할한 뒤 여러 개의 베이비벨(7개 지역별 운용회사)로 쪼개면서 경쟁구도를 만들어 인터넷 강국이 됐다. 사람과 기업도 독점적 권한을 갖고 있을 땐 저절로 느슨해지고 노력하지 않는다. 항상 긴장하고 열심히 노력하게 만드는 게 공정경쟁이고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다.

▷이상만 중앙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대선주자들이 말하는 개혁들에 이제 피로감이 느껴진다. 차별화 전략은 있나.

▷안 전 대표=한꺼번에 다 바꾸는 게 아니라 단계적으로 검증하고 다음 수순으로 넘기는 점진적 개혁을 강조하고 싶다. 예전에 회사(안철수연구소)도 점진적으로 단계마다 마일스톤(프로젝트 관리 방향)을 세우면서 검증한 뒤 다음 단계로 옮기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최근에 강조한 교육개혁은 굉장히 큰 개혁이다. 이 역시 우선 국가교육위원회를 두고 거기서 학제개편(5·5·2)을 비롯한 10년 교육 계획을 합의해 초등 입학생부터 1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완성하자는 것이다.

▷김종훈 한미글로벌 회장=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주요 공약으로 1조달러 규모 사회간접자본(인프라) 투자를 내세워 상당한 지지를 받으며 당선됐다. 우리 건설산업도 183만명의 종사자와 국내총생산(GDP)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인프라 투자를 통한 경제성장 복안이 있나.

▷안 전 대표=인프라 투자는 필요하지만 과거 일본처럼 경제 살리기를 위한 과잉 투자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다만 향후 북핵 문제를 해결해 북한 인프라 건설에 참여하고 러시아·중국과의 물류선을 연결해 우리나라를 동북아 물류허브로 만들어가면 기회가 생긴다.

▷사회(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중 탄핵 소추됐다. 헌법재판소 심의 과정에서 탄핵절차가 잘못됐다는 반론도 들린다. 어떻게 전망하나.

▷안 전 대표=인용될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후 6개월이 우리 외교의 골든타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6개월 동안 많은 나라 정상들과 외교관계를 정립하고 있다. 새 대통령이 하루빨리 자리를 잡아 미국과 제대로 된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탄핵이 기각되면 한·미관계는 다시 1년 정도 유예될 가능성이 있다.

▷강인수 현대경제연구원장=잠재 성장률이 떨어지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일자리 해결 방안과 성장동력 이야기가 아니라 뭔가 와닿을 만한 구체적 복안이 안 보인다.

▷안 전 대표=공정한 구조 속에서 가장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쪽은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이 될 때다. 실패 확률이 높은 벤처 창업 활성화로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잘못된 방향이다.

▷황건호 서울대 경영학과 초빙교수=우리나라는 정치 만능 사회다. 우리 기업들도 경영 투명성이나 지배구조 선진화, 세습 경영 등 해결할 문제가 많지만 근본적으로 고용과 성장은 기업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정치권이 포퓰리즘적으로 기업의 문제만 지적하고 있다.

▷안 전 대표=반기업 정서라는 말이 있는데 기업이 무슨 죄가 있나. 반기업 정서는 기업과 기업가를 구분하지 못하는 데서 빚어진 문제다. 기업은 우리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소중한 국가적 자산이다. 나쁜 기업가는 제대로 처벌하고 열심히 하는 기업은 칭찬하고 존경받는 문화가 필요하다. 과거엔 정부가 앞에서 끌고 갔지만 다음 정부는 뒤에서 기업을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 주필=국민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안 전 대표=대통령은 시대가 필요로 해야 된다. 시대는 정직하고 유능한 사람, 정부를 깨끗하게 운영하고 인재를 널리 등용할 사람, 정치적 성과를 증명하고 잘못했을 땐 사과하는 사람을 찾고 있다. 무엇보다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시대를 넘어 4차 산업시대에서 미래를 제대로 이끌 지도자여야 한다. 그런 기준으로 시대와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