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추억 담은 '노스탈로지' 제품 4차 산업혁명 파고를 넘자
향수(鄕愁)를 뜻하는 노스탈지아(nostalgia)는 지난 몇 년간 미래학자들이 꼽은 새해 키워드에 자주 선정됐다. 노스탈지아는 ‘되돌아감’을 뜻하는 그리스어 ‘nostos’와 ‘고통’을 의미하는 ‘algos’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다.

노스탈지아를 의학적으로 해석하면 향수병을 뜻한다. 오스트리아의 의사 요하네스 호퍼는 고향을 떠나 스위스에서 용병으로 근무하는 외국인 군인들이 의기소침해지거나 우울해하고, 심할 경우 자살에 이르는 것을 보고 ‘향수병’라고 이름 지었다. 향수병을 다른 말로 ‘스위스병(Swiss illness)’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향수병은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대부분 완치된다. 하지만 향수병이 특정 집단 전체에서 발생한다면 치료는 쉽지 않다. 대영제국을 그리워한 영국 국민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결정했고, 미국 국민도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대통령을 맡겼다.

노스탈지아 현상을 소비자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소비자들은 매일 쏟아져 나오는 검증되지 않은 불확실한 제품보다는, 자신이 잘 알고 있었고 친숙한 과거의 제품으로 되돌아가고 싶어 한다. 이런 특성을 활용하면 제품 구성에 관한 전략을 세울 수 있다.

몇 년 전부터 유행하고 있는 감성을 자극한 ‘추억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복고 마케팅, 향수 마케팅으로도 불리는 추억 마케팅은 과거 세대가 자주 즐긴 제품들을 그 시절의 디자인과 포장, 브랜드로 똑같이 출시하는 것을 말한다. 롯데제과 수박바, 오리온 고래밥, 롯데푸드 삼강하드, 해태제과의 브라보콘 등이 있다. 과거 드라마와 노래들을 리메이크하는 것도 추억 마케팅이다.

하지만 이런 제품은 소비자에게 한 번은 팔리겠지만, 반복적인 구매로 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은 제품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하는 것이다. ‘향수와 기술을 합쳐 ‘노스탈로지(nostalogy)제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노스탈로지 제품의 대표적인 예는 바비인형과 피셔 프라이스 장난감으로 유명한 마텔이 내놓은 경주게임이다. 마텔은 기존의 조그만 미니 장난감 자동차를 아이패드와 함께 즐기는 방식으로 융합했다. 엄지손가락만한 자동차에 센서를 붙여 아이패드 위에 얹으면 화면에 도로가 나타나고, 경쟁하는 자동차들이 화면에 등장해 이를 잡아먹으며 점수를 따는 게임이다.

작년에 한정판으로 출시돼 신발 한 켤레가 1200만원에 낙찰된 나이키의 백투더퓨처 운동화도 마찬가지다. 영화 백투더퓨처 주인공 맥플라이가 신었던 신발로 센서를 활용해 발 모양을 인식, 자동으로 신발을 조여주는 운동화다. 기존 신발과 ICT를 결합한 제품이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도 닌텐도의 과거 포켓몬스터와 구글 자회사인 나이언틱이 합작해 만든 노스탈로지 제품이다.

자신들만의 황금 시절 추억이 첨단 ICT 기술과 접목된 혁신적인 제품으로 재창조된다면 소비자는 열광할 것이다.

기업들도 소비자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한 새로운 노스탈로지 제품을 선보이면, 자신만의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 4차 산업혁명 전문가들은 “앞으로 모든 기업은 상상도 못 했던 경쟁자, 상상도 못 했던 혁신, 상상도 못 했던 가격, 상상도 못 하게 똑똑해진 소비자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모든 기업의 사업구조가 5년 내에 바뀌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기존 기업들의 밥줄이 없어질 수 있다는 오싹한 경고다.

그러나 두려워 말길 바란다. 소비자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제품을 ICT와 융합한 새로운 노스탈로지 제품으로 개발한다면, 4차 산업혁명의 혜택을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ICT와 관련된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날이 발전하는 ICT 기반의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기존 제품과 융합시켜 소비자들의 추억을 일깨워 준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박성준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