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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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찬란하게 비추는 태양과도 같았고 풍성한 작물이 신에게 바친 이 섬에서 부족함 없이 풍부하게 열렸다.”

철학자 플라톤은 ‘대화론’에서 이상적인 고대 국가 아틀란티스를 이렇게 묘사했다. 수많은 고고학자와 과학자들이 지금은 물속으로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를 찾기 위해 온갖 탐사 기술을 동원했지만 정확한 위치도 찾지 못한 채 대부분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최근 화려한 문명국가 아틀란티스는 아니지만 지질학과 광물학을 이용해 사라진 대륙을 찾는 연구가 아프리카 동쪽 인도양에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이곳의 작은 섬나라 모리셔스에는 수년간 잃어버린 옛 대륙을 찾기 위해 과학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섬 나이보다 오래된 광물 발견

마다가스카르에서 동쪽으로 1000㎞ 떨어진 이 섬은 섬 전체가 900만년 전 용암 분출로 생성됐다. 과학자들이 이곳을 주목하기 시작한 건 2013년쯤이다. 노르웨이 오슬로대 연구진이 모리셔스 바닷가 모래를 정밀 분석한 결과 아주 먼 과거의 지질 변동 역사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발표하면서다. 당시 연구진이 바닷가에서 채취한 현무암 모래에는 약 19억7000만~6억6000만년 전 생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단단하고 투명한 지르콘이라는 광물이 섞여 있었다. 900만년 전 생성된 섬에서 19억년 전의 광물이 발견된 데 대해 관심이 쏠렸다.

과학자들은 대륙과 해양 지각이 맨틀 위를 떠서 이동하는 판 구조론에서 해답을 구했다. 지금은 세계가 5개의 큰 땅덩어리로 이뤄져 있지만 1억7000만년 전만 해도 세계는 하나의 거대한 ‘초대륙’이었다. 맨틀 운동에 따라 대륙과 해양지각이 움직이면서 지금 모습을 갖추게 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당시 떨어져 나온 곤드와나 대륙은 지금의 아라비아와 남미, 남극, 호주, 인도가 서로 이어진 형태였다. 모리셔스는 당시 곤드와나 대륙 동부에 있던 뜨거운 마그마가 솟아오르는 ‘핫스폿’에 자리하고 있다. 인도와 마다가스카르가 분리될 때 이 대륙 일부가 인도양 밑에 남았는데 이곳에서 훗날 화산이 분출하면서 모리셔스가 형성됐다.

◆30억년 전 광물까지 발견

연구진은 화산이 솟구친 이 자투리 땅에 모리티아(로디니아)라는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모리티아는 대륙이 점점 분열하면서 서서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바닷가 모래에서 발견된 지르콘은 화산 분출 과정에서 19억년 전 생성된 광물이 섞여 올라온 것이다. 수백만년 전 곤드와나 대륙이 분리되던 때는 공룡이 번창하던 시기였다. 하지만 당시 대륙을 구성한 광물은 단세포 생물이 살던 선캄브리아시대까지 포함하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는 이보다 더 오래된 지르콘이 발견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비트바테르스란트대 연구진은 지난 1월 모리셔스에서 발견한 지르콘이 30억년이 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2013년 처음 발견된 지르콘보다 훨씬 오래된 것이다. 연구를 주도한 루이스 애시월 교수는 “모리티아는 사라진 거대한 대륙이라기보다는 미소 대륙이거나 대륙이 갈라지면서 남긴 파편에 해당한다”며 “대륙이 이전에 예측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양상으로 갈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대륙이 갈라지면서 생긴 모리티아처럼 화산암에 덮여 드러나지 않은 작은 대륙이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