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판'서 갈라선 동지들…다시 손잡을 날 올까?
“정치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는 속설이 이번 대선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정치적 유불리 셈법에 따라 과거 한솥밥을 먹었던 동지가 적으로 돌아서기 일쑤고, 적이 우군이 되기도 한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친노(친노무현)계로 뿌리가 같다. 문 전 대표는 ‘노무현의 친구’로, 안 지사는 ‘노무현의 동업자’로 표현될 정도로 두 사람은 친노계 적통으로 꼽힌다.

문 전 대표는 1982년 사법연수원을 차석으로 수료했으나 시위 전력 때문에 판사로 임용되지 못하자 곧바로 부산으로 내려가 노 전 대통령과 함께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과 함께 선거를 도왔다. 이른바 ‘부산팀’이다.

안 지사는 1994년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의 소개로 여의도 금강빌딩에 있던 노 전 대통령의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사무국장을 맡으면서다. 안 지사는 노 전 대통령 대선 베이스 캠프 ‘금강팀’의 핵심으로 활동했다.

두 사람은 2002년 대선 때까지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서울과 부산에서 함께 뛰었다. 대선 이후엔 다른 길을 걸었다. 안 지사는 대선 승리를 주도했지만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아무런 직책을 맡지 못했고, 대선자금 문제로 구속됐다. 반면 문 전 대표를 비롯한 부산팀은 청와대 요직을 차지했다.

안 지사가 2007년 ‘친노 폐족’을 선언한 뒤 두 사람은 대립하기 시작했다. 2012년 대선 때 문 전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했으나 안 지사는 반대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재벌개혁 방안 등을 놓고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표와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우군에서 적으로 돌아선 사례다. 문 전 대표는 2015년 12월 김 전 대표 영입에 공을 들였다. 문 전 대표는 “삼고초려로 모셨다”고 했으나 김 전 대표는 지금 문 전 대표의 대척점에 서 있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새누리당 대선주자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1951년생 동갑내기로 ‘절친’이다. 1996년 15대국회 입성 동기다. 김 의원이 새누리당 대표 시절 김 전 지사를 혁신위원장으로 발탁하면서 ‘문-무 합작’이란 말이 나왔을 정도로 가까웠지만 현재 대통령 탄핵 등에 다른 목소리를 내며 대립하는 모양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남경필 캠프 선대본부장으로 간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대 상대 76학번 동기로 학창시절부터 가까웠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의 인연으로 함께 정치권에 입문했으나 2007년 대선 때 각각 친박근혜계(유 의원), 친이명박계(정 전 의원) 핵심으로 활동한 데 이어 이번에도 적으로 만났다. 유 의원은 2007년 대선 경선 때 대립했던 친이계 진수희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을 영입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절친’인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함께 2012년 대선 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멘토 역할을 했으나 박근혜 후보 지원으로 돌아섰다. 이번 대선에서 윤 전 장관은 남경필 경기지사를 돕고 있지만 김 전 대표는 선택을 유보하고 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