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기록과 기억은 역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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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歷史)는 살아있는 사람들의 기억이고
사람들은 기록(記錄)을 통해서 기억한다
그게 일상도 기록을 해야 하는 이유
김문식 < 단국대 교수·사학 >
사람들은 기록(記錄)을 통해서 기억한다
그게 일상도 기록을 해야 하는 이유
김문식 < 단국대 교수·사학 >
![[전문가 포럼] 기록과 기억은 역사가 된다](https://img.hankyung.com/photo/201702/AA.13269165.1.jpg)
유득공은 《발해고(渤海考)》를 편찬하면서 기록과 역사의 관계를 강조했다. 그는 고려 초 지식인들이 발해의 역사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은 것을 비판했다. 거란이 발해의 수도를 무너뜨렸을 때 10만명의 유민이 고려로 몰려왔고 그중에는 세자까지 있었으니, 이들에게 물었다면 발해의 역사와 제도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었을 것이다. 당나라 사람 장건장은 《발해국기》를 썼는데, 고려는 어째서 발해의 역사를 기록하지 않았는지 유득공은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도 발해사를 공부하려면 반드시 중국 기록을 본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유득공의 비판은 매우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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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이 거래처와 주고받은 편지나 거래장부가 사료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미국 역사학자인 로버트 단턴의 《책과 혁명》은 프랑스 국경지대에 있던 뇌샤텔출판사의 문서들을 분석해 18세기 유럽의 출판계와 독서 풍경을 복원한 책이다. 프랑스혁명은 계몽사상을 담은 책보다 포르노 소설이나 중상비방문 같은 금서의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이 흥미롭지만 당시 서적의 인쇄 방식, 금서의 유통 경로, 교환 방식을 일일이 밝혀낸 것에 눈길이 간다.
역사적 사실을 밝히는 자료라고 문자 기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네스코에서 지정하는 세계기록유산에는 문자 기록 외에 이미지나 기호로 기록된 것, 비문, 시청각 자료, 인터넷 기록물이 포함돼 있다. 실제로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인 ‘5·18 민주화운동 기록물’에는 흑백필름, 사진, 시민들의 증언이 들어 있고, ‘새마을운동 기록물’에는 마을회의 회의록, 새마을 지도자의 편지, 시민의 기증서가 있다. 최근 세계기록유산에 등록된 ‘KBS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에는 생방송한 비디오 녹화 테이프, 큐시트, 기념음반까지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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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식 < 단국대 교수·사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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