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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에세이] 나라도 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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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진 에잇퍼센트 대표
    [한경에세이] 나라도 잘 하자
    회의를 마치고 메신저를 확인하니 친구들 단체 채팅방에 메시지가 가득하다. 화두는 연금 개혁안이다. “차라리 안 내고 안 받고 싶다” “폰지 사기와 다를 바 없다” 등 허탈함과 아쉬움, 분노가 터져나온다.

    18년 만에 여야 합의로 국민연금 개혁안이 지난 20일 통과됐다. 보험료율은 9%에서 13%로 점진적으로 인상되고, 소득대체율은 40%에서 43%로 조정된다. 기금 고갈 예상 시점은 2056년에서 2071년으로 미뤄졌다.

    그런데 2071년이면 나와 친구들은 87세가 된다. 4050세대가 불안을 느끼는데 2030세대는 오죽할까. 만 30세 청년이 연봉 6000만원을 받으며 30년간 일한 뒤 65세부터 연금을 수령한다고 가정하면 71세까지 월 약 80만원을 받은 후 기금이 고갈된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낸 돈보다 적게 받고, 사업자가 함께 부담한 금액까지 포함하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청년들이 국민연금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이유다.

    아이를 둔 친구들과의 단골 대화 주제는 사교육이다. 워킹맘인 필자도 흘려들을 수 없다. 다수 초등학생이 월 100만원이 넘는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서울 대치, 반포 같은 사교육 중심지가 아닌 지역에서도 영어와 수학은 기본이고 독서논술, 과학실험, 미술, 피아노, 태권도 등 아이가 좋아하는 수업을 일부 추가하면 가계 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맞벌이로도 감당이 어려워 조부모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최근 5년간 50% 이상 증가했다. 사교육 참여율은 전체 가구의 80% 이상이며 사교육비는 학생 1인당 평균 59만원이 지출된다. 서울에 거주할수록,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의 성적이 우수할수록 이 지출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내 한 몸 챙기기도 버겁고 내집 마련은 더 어려운 상황에서 자녀 양육까지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2030세대가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역사적으로 청년층은 시대, 지역을 초월해 사회 발전과 개혁을 주도하는 동력을 제공했다. 그런 청년들이 이제는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고 조용히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해외에서 공부하거나 일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고 해외 주식이나 가상자산에 투자한다.

    핀테크기업을 창업해 10여 년간 운영해온 기업인으로서 청년들이 꿈과 희망을 가지고 대한민국에서 활발하게 경제 활동을 이어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야 회사도 성장하고 대한민국도 성장할 수 있다. ‘나라가 어려울 때 나라도 잘하자’는 마음으로, 청년들에게 더 합리적인 대출과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고 청년 일자리 창출에 힘을 보태자고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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