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타계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최근까지도 병마와 싸우면서 언론 등을 통해 국가 경제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등 경제 원로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 왔다. 정치·경제지도자들을 향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강 전 장관의 자문관으로 일한 박재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작년 말 재발한 췌장암으로 병원에 입원해 몸 상태가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활력을 잃어가는 한국 경제에 대한 걱정이 컸다”고 전했다.

1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 마련된 강 전 장관 빈소에는 전·현직 관료와 정치권 인사, 재계, 학계 인사들이 찾아와 애도를 표했다. 강 전 장관과 함께 외환위기 극복 주역을 맡았던 이규성 전 재경부 장관이 빈소를 찾았고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안병우 전 국무조정실장, 최종찬 전 건설교통부 장관,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등도 조문했다.

이날 빈소를 찾은 사공일 전 재무부 장관은 “정말 유능한 경제관료였고 합리적이며 바른 사람이었는데 가슴이 아프다”며 “지금처럼 나라가 어려울 때 큰 힘이 됐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국제통화기금(IMF) 환란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항상 단호하고 정확한 판단과 결정을 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유능하고 훌륭한 선배였다”고 회고했다.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은 “더 기여할 일이 많았는데 일찍 돌아가셔서 슬프다”고 했다.

강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시절 ‘정책 브레인’ 역할을 한 정통 경제관료다.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9년 재경부 장관을 맡아 위기 극복을 이끌었다. 16대 재·보궐 선거 당선에 이어 17~18대까지 내리 3선을 지냈다. 작년 11월 말에는 암 투병 중에도 외환위기 극복 과정을 담은 책 《코리안 미러클 4-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어》의 편찬위원장을 맡아 출판보고회까지 열었다. 한 지인은 “경제위기 극복 경험을 책에 담아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며 “투병 중에도 새벽에 일어나 집필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발인은 3일이며, 장지는 전북 군산시 옥구읍 가족묘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