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코타키나발루
1년 내내 푸른 하늘과 주홍빛 노을을 볼 수 있는 ‘황홀한 석양의 섬’. 코타키나발루는 보르네오섬 북단에 있는 말레이시아 해양관광지다. 산호섬 5개로 이뤄진 해양공원과 해발 4000m가 넘는 키나발루 산을 끼고 있는 휴양지. 19세기 영국 식민지였고 2차대전 때 일본군과 연합군의 격전지였지만 21세기 들어 세계 여행객이 찾는 국제 관광지가 됐다. ‘코타’는 말레이어로 ‘도시’를 뜻한다. 인구는 약 47만명.

적도가 가까운 곳이라 연중 온화하고 쾌적하다. 태양이 수평선 가까이 내려앉으면 하늘과 바다가 눈부신 황금빛으로 변한다. 곧이어 붉은빛과 주홍빛, 푸른빛 물감이 수채화처럼 뒤섞이는 장면은 한 폭의 그림이다. 이 오묘한 무지갯빛 장관은 그리스 산토리니, 남태평양 피지와 더불어 ‘세계 3대 석양’으로 꼽힌다. 배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에서 석양을 맞는 선셋 크루즈도 황홀경이다.

해양스포츠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호핑투어다. 배를 타고 툰쿠 압둘 라만 해양공원의 다섯 섬을 돌면서 스노클링과 바비큐 등을 즐긴다. 말레이시아 초대 총리가 이곳의 아름다움에 반해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들었다는 해양국립공원. 선착장에서 20분가량이면 섬에 도착한다. 하얀 백사장이 펼쳐진 탄중아루 비치에서의 망중한과 피로를 씻어주는 마사지까지 즐기다 보면 천국이 따로 없다.

또 다른 재미는 북보르네오 증기기차 투어다. 19세기 영국에서 제작된 이 열차는 옛날 방식대로 나무장작을 태워서 운행한다. 1주일에 두 번 탄중아루에서 키나루트타운과 파파르까지 갔다가 돌아온다. 시간은 3시간30분 정도. 전통 사찰을 비롯해 열대 우림, 물소떼 등 원주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마을 전통시장을 둘러보며 아기자기한 체험도 할 수 있다.

해변에서 차로 한 시간 남짓한 거리에 높이 4096m의 키나발루 산이 있다. 말레이시아 최고봉이자 동남아 최고봉이다. 쿤다상과 라나우라는 마을에 걸쳐 있는 화산으로 백두산 천지 같은 화산 호수가 있다. 워낙 높아서 히말라야 등정에 앞서 준비 코스로 찾는 사람이 많다. 한국에서도 이 산을 향한 트레킹 및 등반족이 늘고 있다.

사람이 많다 보니 사고도 더러 생긴다. 엊그제 중국인들이 탄 보트가 침몰하기도 했다. 어디서나 안전이 제일이다. 하지만 바다와 산을 두루 갖춘 데다 온천욕과 골프까지 즐길 수 있어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다. 인천에서 비행기로 5시간이니 생각보다 가깝다. 시차도 한 시간밖에 나지 않는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