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수출벨트 '빈집 공포'] 집값 하락률 상위 10곳 대부분 산업도시…"한국판 러스트벨트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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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직격탄 맞은 수출벨트 부동산
1억원 넘었던 프리미엄이 마이너스로 떨어져
하도급사 직원들 떠나 원룸 임대료 40% 급락
"불황 이제 시작인데…바닥 안보여 더 두렵다"
1억원 넘었던 프리미엄이 마이너스로 떨어져
하도급사 직원들 떠나 원룸 임대료 40% 급락
"불황 이제 시작인데…바닥 안보여 더 두렵다"
“전국이 다 힘들다던 외환위기 때도 호황이었습니다. 거제살이 40년 만에 이런 부동산 경기 불황은 처음 봅니다.”
17일 경남 거제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택과 상가의 공실이 급증하고 있어 건물주들 사이에서 공실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조선업 불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부동산 침체가 언제 끝날지 예측조차 불가능한 게 더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 “40년 만에 최악의 부동산 불황”
거제시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양대 조선소가 지역 경제를 떠받쳐왔다. 1970년대 조선소가 이곳에 자리잡은 뒤 세계 조선시장을 주도하던 2010년께까지 거제 경기는 줄곧 활황을 이어왔다. 부동산 시장도 덩달아 호황을 누렸다. 이곳에 아파트와 원룸 공급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에만 조선회사와 협력업체 직원 등 1만여명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메가톤급 충격을 받고 있다. 공급 과잉과 조선 경기침체가 맞물려서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거제에서 2011년부터 작년까지 공급된 아파트는 모두 1만6546가구다. 공급이 많았음에도 분양성적은 좋았다. 2013년 12월 분양한 옥포동 ‘e편한세상 옥포’는 최고경쟁률 50.95 대 1을 기록하며 전 타입 1순위에서 마감됐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부터 분양시장은 빠르게 식었다. 거제에 공급된 모든 아파트가 일제히 분양가 이하로 떨어졌다. G사가 공급한 아파트는 한때 1억원이 넘었던 프리미엄이 완전히 사라졌다. 양정동 ‘거제 아이파크 2단지’도 분양가보다 4000만원 낮은 매물이 나왔다.
고현동 C공인 관계자는 “하루에 들어오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로만 노트 한 장이 가득 찬다”며 “계약금을 포기하는 것보다 더 손해를 보는 금액이지만 중도금 이자 부담 등을 감안하면 이렇게 터는 게 낫다고 계약자들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년 하반기부턴 대규모 미분양 사태도 나타나고 있다.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털어내기 위해 직·간접적인 할인분양에 나섰지만 20~30%대 계약률은 올라가지 않고 있다. 포스코A&C가 덕포동에서 공급하는 ‘거제옥포도뮤토’는 최근 미분양분에 중형세단을 내걸었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연말이면 나오던 2000만~3000만원가량의 성과급으로 잔금을 치르려다가 성과급이 없어지면서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이가 많다”며 “이미 중소업체의 미니단지는 입주율이 20% 선에 그치는 곳이 나오고 있어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심하면 계약자들이 계약금을 포기해버린다”며 “올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4589가구가 준공할 예정이어서 브랜드 아파트들도 대규모 해약과 공실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원룸 공실 사태 더 악화될 것”
원룸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하도급업체 직원들이 6개월~1년짜리 계약을 맺고 거주하는 원룸이 밀집한 옥포동과 아주동 임대료가 40%가량 급락했다. 작년 상반기 월세 70만원 정도에 계약되던 투룸이 지금은 월세 40만~50만원 선에 나와 있다. 비어 있는 방도 동네별로 10~30%에 달한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서 계약 해지가 늘어났지만 후속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아서다. 아주동 A공인 관계자는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지역 경제가 붕괴된 미국 ‘러스트벨트’처럼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룸 역시 공급 과잉 상태여서 소유주들의 불안이 크다. 거제시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8월31일까지 허가받은 다가구주택은 모두 2567동, 1만6678가구에 달한다. 2010~2011년 조선업 경기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외국인과 타지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임대업이 붐을 이루면서 원룸 공급이 많았다. 하지만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201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공실은 물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도 등장하고 있다.
옥포동 B공인 관계자는 “원룸사태는 이제 시작 단계”라며 “지금 작업 중인 해양플랜트가 오는 3월께 마무리되면 근로자가 더 많이 빠져나갈 텐데 그 많은 원룸을 어떻게 채울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원룸 임대시장에 비상이 걸리면서 거제시는 최근 원룸 전월세 계약 시 임대차보호법 내용을 숙지하고 계약조건에 유의하라는 공문을 각 중개업소에 내려보냈다. 거제시 관계자는 “임대인들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임차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17일 경남 거제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주택과 상가의 공실이 급증하고 있어 건물주들 사이에서 공실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조선업 불황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부동산 침체가 언제 끝날지 예측조차 불가능한 게 더 두렵다”고 입을 모았다. “40년 만에 최악의 부동산 불황”
거제시는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양대 조선소가 지역 경제를 떠받쳐왔다. 1970년대 조선소가 이곳에 자리잡은 뒤 세계 조선시장을 주도하던 2010년께까지 거제 경기는 줄곧 활황을 이어왔다. 부동산 시장도 덩달아 호황을 누렸다. 이곳에 아파트와 원룸 공급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하지만 지난해에만 조선회사와 협력업체 직원 등 1만여명이 일자리를 잃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메가톤급 충격을 받고 있다. 공급 과잉과 조선 경기침체가 맞물려서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거제에서 2011년부터 작년까지 공급된 아파트는 모두 1만6546가구다. 공급이 많았음에도 분양성적은 좋았다. 2013년 12월 분양한 옥포동 ‘e편한세상 옥포’는 최고경쟁률 50.95 대 1을 기록하며 전 타입 1순위에서 마감됐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부터 분양시장은 빠르게 식었다. 거제에 공급된 모든 아파트가 일제히 분양가 이하로 떨어졌다. G사가 공급한 아파트는 한때 1억원이 넘었던 프리미엄이 완전히 사라졌다. 양정동 ‘거제 아이파크 2단지’도 분양가보다 4000만원 낮은 매물이 나왔다.
고현동 C공인 관계자는 “하루에 들어오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로만 노트 한 장이 가득 찬다”며 “계약금을 포기하는 것보다 더 손해를 보는 금액이지만 중도금 이자 부담 등을 감안하면 이렇게 터는 게 낫다고 계약자들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년 하반기부턴 대규모 미분양 사태도 나타나고 있다.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를 털어내기 위해 직·간접적인 할인분양에 나섰지만 20~30%대 계약률은 올라가지 않고 있다. 포스코A&C가 덕포동에서 공급하는 ‘거제옥포도뮤토’는 최근 미분양분에 중형세단을 내걸었지만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통상 연말이면 나오던 2000만~3000만원가량의 성과급으로 잔금을 치르려다가 성과급이 없어지면서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이가 많다”며 “이미 중소업체의 미니단지는 입주율이 20% 선에 그치는 곳이 나오고 있어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심하면 계약자들이 계약금을 포기해버린다”며 “올해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많은 4589가구가 준공할 예정이어서 브랜드 아파트들도 대규모 해약과 공실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원룸 공실 사태 더 악화될 것”
원룸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하도급업체 직원들이 6개월~1년짜리 계약을 맺고 거주하는 원룸이 밀집한 옥포동과 아주동 임대료가 40%가량 급락했다. 작년 상반기 월세 70만원 정도에 계약되던 투룸이 지금은 월세 40만~50만원 선에 나와 있다. 비어 있는 방도 동네별로 10~30%에 달한다고 현지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들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서 계약 해지가 늘어났지만 후속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아서다. 아주동 A공인 관계자는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지역 경제가 붕괴된 미국 ‘러스트벨트’처럼 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원룸 역시 공급 과잉 상태여서 소유주들의 불안이 크다. 거제시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8월31일까지 허가받은 다가구주택은 모두 2567동, 1만6678가구에 달한다. 2010~2011년 조선업 경기가 최고조에 달하면서 외국인과 타지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임대업이 붐을 이루면서 원룸 공급이 많았다. 하지만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2018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공실은 물론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도 등장하고 있다.
옥포동 B공인 관계자는 “원룸사태는 이제 시작 단계”라며 “지금 작업 중인 해양플랜트가 오는 3월께 마무리되면 근로자가 더 많이 빠져나갈 텐데 그 많은 원룸을 어떻게 채울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원룸 임대시장에 비상이 걸리면서 거제시는 최근 원룸 전월세 계약 시 임대차보호법 내용을 숙지하고 계약조건에 유의하라는 공문을 각 중개업소에 내려보냈다. 거제시 관계자는 “임대인들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임차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