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국민의당 중심 연대론' 강조…제3지대 논의 선점 시도
손학규·김종인 "개헌고리" 모색…범여권은 반기문 영입 경쟁


제3지대에 터잡은 정치권의 '새판짜기' 시나리오가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논의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각 세력간의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15일 국민의당 수장으로 선출된 박지원 신임 대표가 "국민의당이 빅텐트이고 플랫폼이다. 제3지대는 국민의당"이라며 정계개편의 주역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 촉매제가 되고 있다.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개헌을 고리로 '반문(반문재인) 연대'를 구축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점도 이 같은 정계개편 논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조기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고 있는 여야 각 정파와 주자로서는 판이 어떻게 정리되느냐에 따라 정치적 유불리가 갈리는 만큼 셈법이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당이 빅텐트 논의를 먼저 치고 나오고 이에 원론적으로 공감대를 표시하는 정파와 주자들이 적지 않지만, 실제로는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공통의 밑그림'을 그려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 대표는 16일 당대표 선출 후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자강론과 연대론은 동전의 양면으로, 큰 천막을 치려면 더욱 깊게 단단하게 우리 당의 기둥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취임 일성으로 '빅텐트론'을 제기한데 이어 연대 필요성을 연일 강조하면서 국민의당이 새판짜기 논의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박 대표는 특히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반 전 사무총장, 손학규 전 대표, 그리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이 문자로 축하인사를 해주셨다.

황 대행이나 반 전 총장, 손 전 대표는 이른 시일 내에 한번 만나자는 제안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에 대해 개헌을 고리로 한 정계개편 '빅뱅'을 예고해온 더불어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가 박 대표의 움직임에 먼저 환영의 뜻을 나타내며 제3지대에 합류 가능성을 열어뒀다.

손 전 대표는 박 대표 선출 소식에 "패권을 거부하고 근본적 개혁을 위한 제7공화국 건설의 동반자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대선은 개혁을 위한 개헌세력과 수구적인 호헌세력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규정하며 "국민의당 새 지도부가 새 판을 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손 전 대표는 22일 '국민주권 개혁회의' 출범식을 통해 정치권 새판짜기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도 그동안 개헌을 고리로 제3지대 정계개편 논의에 전향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김 전 대표는 지난 11일 한 강연에서 "한 국가를 끌고 가는 데 있어서 특정 패권 세력이 자리를 잡으면 위험한 요소가 굉장히 많다"며 "대선을 앞두고 시간이 없다는 얘기를 하는데, 2009년 헌법개정자문위가 만들어 놓은 안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핵심은 대통령의 무제한적 권력, 특권, 패권을 제거하는 것"이라면서 "국회에서 서로 연합해 국정을 담당하는 연립정부와 협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이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에 대해 유연한 입장을 보인다면 김 전 대표와 공감대가 커지며 정계개편론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기대선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새로운 밑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알려진 김한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정계개편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관심사다.

김 전 대표는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가까운 데다, 여전히 반문 정서가 강한 민주당 비주류 의원들과도 끈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 논의에 맞서 범여권은 이념정체성과 보수적 가치를 매개로 반 전 총장을 끌어들여 빅텐트를 만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이 반 전 총장의 영입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다만 경선 경쟁력을 갖춘 당내 대선주자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의 입장에는 미묘한 차이가 나타난다.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는 새누리당은 반 전 총장 영입에 사활을 걸었다.

새누리당은 인명진 비대위원장까지 나서 "(반 전 총장이)내 생각과 똑같은 생각을 말씀하신다"고 언급하는 등 반 전 총장을 향해 공개 구애에 나서는 모양새다.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등 당내 대권주자를 보유한 바른정당은 반 전 총장만 바라보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바른정당 정병국 창당준비위원장은 연합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반 전 총장에게 러브콜을 하진 않겠다"며 "우리 당 후보들을 돕기위한 절차를 강화하고 창당작업에 매진해 가겠다"고 말했다.

당내 대권주자만으로도 흥행성있는 경선을 치를 수 있는 만큼 반 전 총장이 스스로 찾아오도록 만들겠다는 메시지로, 일종의 '몸값 높이기'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공론화가 시작된 제3지대 빅텐트론이 현실적 시나리오가 될 수 있느냐를 가를 관건은 결국 반 전 총장의 향후 행보에 달려있다는 게 지배적 분석이다.

현재 특정정당에 적을 두지 않고 있는 반 전 총장의 대권행보가 탄력을 받고 지지율이 올라갈 경우 그를 중심으로 여야의 '헤쳐모여'가 가속화할 수 있지만, 반대로 지지부진하다면 관련 논의가 응집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김동호 기자 d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