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 하얏트리젠시호텔에서 7일(현지시간) 열린 미국경제학회(AEA) 연례총회 ‘차기 정부가 직면한 경제 이슈’ 세션에서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교수(왼쪽부터),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 제임스 퍼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가 토론 후 참석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박수진 특파원
미국 시카고 하얏트리젠시호텔에서 7일(현지시간) 열린 미국경제학회(AEA) 연례총회 ‘차기 정부가 직면한 경제 이슈’ 세션에서 글렌 허버드 컬럼비아대 교수(왼쪽부터), 존 테일러 스탠퍼드대 교수,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 제임스 퍼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앨런 크루거 프린스턴대 교수가 토론 후 참석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박수진 특파원
미국 대통령의 전·현직 경제교사들이 미국경제학회(AEA)에서 ‘트럼프노믹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정책)의 성공 가능성을 놓고 정면으로 맞붙었다.

7일(현지시간) 시카고 하얏트리젠시호텔에서 열린 AEA 연례총회 ‘차기 정부가 당면한 경제이슈’ 세션에서는 사회자인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를 포함해 존 테일러(스탠퍼드대), 글렌 허버드(컬럼비아대), 앨런 크루거(프린스턴대) 교수와 제이슨 퍼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 등 모두 5명의 전·현직 대통령 경제교사(CEA 위원장)들이 참석해 트럼프노믹스의 성공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CEA 위원장은 대통령에게 경제정책을 조언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대통령 보좌관이지만 예외적으로 상원 인준을 거쳐 임명될 만큼 입김이 세다. 테일러 교수는 조지 H W 부시 대통령 때 CEA 위원장을 지냈다. 허버드 교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맨큐 교수에게, 크루거 교수는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퍼먼 위원장에게 각각 CEA 위원장직을 넘겨줬다.

◆잠재성장률 놓고 설전

토론은 보수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테일러, 허버드 교수와 진보 진영의 크루거 교수, 퍼먼 위원장 간 공방 구도로 이뤄졌다. 허버드 교수는 “아직 트럼프노믹스의 자세한 내용이 다 나오진 않았다”면서도 “감세와 대대적 규제 완화, 사회간접시설에 대한 투자, 국방비 증액 등을 통해 연간 2.75% 이상의 경제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013년 2.7%, 2014년 2.5%, 2015년 1.9% 등으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작년에는 3분기까지 연간 기준으로 1.5% 성장에 머물렀다. 허버드 교수는 “조지 W 부시 정부 때도 경제정책을 놓고 말이 많았지만 대부분 작동했다”면서 “트럼프 당선자의 트위터 활동이나 기업에 대한 전화 등을 기준으로 정책 성공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퍼먼 위원장은 “차기 정부는 인구 고령화 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것 같다”며 “연 2.75% 이상 성장 목표는 ‘희망사항(wishful thinking)’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경제성장 해법은 제각각

차기 중앙은행(Fed) 의장으로 거론되는 테일러 교수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제 회복이 미진했던 것은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인 요인보다 경제정책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세제 개혁과 규제 완화, 재정 개혁, 통화정책 개혁 등 4대 개혁을 통해 미국 경제를 되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와 2000년대 경제위기를 비교하면서 잘못된 정책의 결과를 설명했다. 그는 “차이를 줄이는 방법은 4대 개혁의 성공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퍼먼 위원장은 “차기 정부가 부딪힐 문제들이 과거와 같은 경기 순환적인 도전 과제보다는 장기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하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데 동의한다”면서도 감세와 규제 완화, 국방비 확대 등의 처방전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중국 환율·통상정책 바꿔야”

크루거 교수는 노동 참가율과 관련, “25~54세의 미국 남성 중 경제 활동에 참가하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 저학력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숙련된 기술을 원하는 기업들의 요구에 맞지 않는다”며 “노동 참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이들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테일러 교수는 또 중국의 환율·무역정책과 관련해 “중국이 환율정책에서 투명성을 높이고 무역수지에서도 흑자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 미국경제학회(AEA)

미국에서 1923년 경제학 연구와 학자를 지원하기 위해 비영리 학술단체로 출범했다. 당시 캘빈 쿨리지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받아 설립됐다. 매년 초 미국 주요 도시에서 열리는 연례총회에는 500여건의 세션이 열리며 세계 최대 경제학술대회로 자리 잡았다.

시카고=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