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먼드 펠프스 컬럼비아대 교수는 트럼프 당선자를 히틀러에 비유하면서 정부의 민간기업 통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자가 자동차기업 포드를 압박해 멕시코 공장 건설을 포기하도록 한 사례를 거론하며 “정부가 기업을 협박하고 있다. 이런 일은 1930년대 독일과 이탈리아(파시즘 정권) 이후 처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돌이켜보면 히틀러의 방식은 생산성 증가를 저해했다”며 “정부 통제가 새로운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아 혁신이 이뤄지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성장을 좌절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세금 감면과 재정지출 확대에 대해 “공공부채 폭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궁극적으로 심각한 경기 침체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로저 마이어슨 시카고대 교수는 ‘트럼프 부채’의 위험성을 거론했다. 정책 불확실성과 정치외교 불안이 미국의 신인도를 떨어뜨리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인 미국 부채(국채)에 투자자의 의심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미국의 신용도가 의심받으면 ‘트럼프의 부채’는 오바마 정부의 부채와는 질적으로 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마이어슨 교수는 또 “안정적인 민주주의 아래에서는 리더가 규칙을 잘 따라야 한다”며 “트럼프 정부가 법과 규칙을 잘 따르도록 의회와 주정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자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앵거스 디턴 프린스턴대 교수는 경제보다 국제 정치의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그는 “정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국제 정치에서 파탄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도 “미국과 다른 나라의 상호작용은 신뢰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 같은 원칙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트럼프 당선자가 “효과적인 정책은 언급하지 않고 효과가 없는 정책만 얘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나는 타고난 낙관주의자”라며 “얼마나 상황이 나빠질지 미리 예단하지 않겠다”고 이날 참석자 중 유일하게 트럼프를 비판하지 않았다.
시카고=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