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 등 17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이 지난 6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선거 개입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민주당은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을 조사할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을 서두르는 등 해킹 문제를 정치 쟁점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DNI는 이날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 대선을 겨냥한 작전을 지시했다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며 “러시아의 목표는 미국의 민주화 과정에 대한 대중의 믿음을 훼손하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헐뜯고, 그의 선출 가능성과 잠재적 대통령직을 손상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러시아 정보기관이 미국 대선을 방해하기 위해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등의 이메일을 해킹하고 ‘악플러’에게 돈을 주고 소셜미디어에 악성 댓글을 달게 하는 등 폭넓은 방해 공작을 벌였다고 적시했다. 또 러시아군 총정보국(GRU)이 DNC와 민주당 고위 관계자들의 자료를 유출해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전달했다고 적었다.

트럼프 당선자는 보고서 공개에 앞서 이날 클리퍼 국장 등으로부터 기밀내용 등을 포함해 보고를 받았다. 그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해킹 시도를 인정하면서도 “외국의 사이버 공격이 투·개표기를 조작하는 등의 방법은 아니었다”며 “대선 결과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자는 또 7일 트위터에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이 아니다”며 “어리석은 이들이나 바보들만 그게 나쁘다고 생각한다!”고 올렸다. 그는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동안 러시아는 지금보다 훨씬 우리를 존중할 것”이라며 “두 나라는 아마도 세계의 많은 중대하고 긴급한 문제들과 이슈 가운데 일부를 함께 풀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뉴욕)는 “어떤 당이 (해킹의) 혜택을 봤는지와 상관없이 보고서는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며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을 조사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촉구했다.

시카고=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