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교차거래)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시들해졌다. 선전종합지수가 지난달 7%가량 떨어지면서 선강퉁 시행 한 달 만에 국내 투자자의 거래 대금이 급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까지는 선강퉁 투자심리가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선강퉁 투자자 '시큰둥'
◆거래량 ‘반토막’에도 못 미쳐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선강퉁 거래대금은 시행 첫날인 지난달 5일부터 이달 4일까지 3억5078만위안(약 610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 시행한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거래)의 시행 초기 같은 기간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거래 첫날 6256만위안(약 108억원)에 육박한 거래대금은 지난 4일 2740만위안(약 47억원)을 기록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선강퉁 시행 후 선전증시가 급락하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식었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지난달 1일 2119.69포인트로 시작한 선전종합지수는 같은 달 30일 1969.11로 마감해 한 달 만에 7%가량 떨어졌다. 선전증시에 상장한 종목들의 실적 대비 주가 수준(밸류에이션)이 높은 데다 위안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2년 전 후강퉁이 시행될 때 상하이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가량이었지만 현재 선전증시 PER은 30배 수준”이라며 “밸류에이션 부담이 있는 데다 최근 위안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이 들어오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언제 반등할까

지난 한 달간 국내 투자자가 사들인 선전증시 종목은 대형주에 집중됐다. 한국경제신문이 선강퉁 거래가 많은 국내 증권사 5곳의 지난 한 달간 선전증시 거래 상위 종목을 집계한 결과 소형가전 1위 업체인 메이디그룹, 세계 1위 영화 체인인 완다시네마,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인 비야디(BYD), 중국 백주 2위 업체인 이빈우량예 등이 공통으로 이름을 올렸다. 모두 선강퉁 시행 전 국내 증권사들이 공통으로 추천한 업종 대표주다.

선전증시 주가가 떨어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이 사들인 종목도 일부 ‘쓴맛’을 봤다. 완다시네마는 지난 한 달간 14%, 비야디는 5%가량 주가가 떨어졌다. 메이디그룹과 이빈우량예는 같은 기간 주가가 1% 올랐지만 투자자에게 큰 수익을 안겨주지는 못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선강퉁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연구원은 “올 들어 선전종합지수가 오르고 있지만 일시적 반등에 그칠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 불확실성이 줄고 위안화 약세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하반기에야 선전증시가 반등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선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대(對)중국 정책 방향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투자자들이 쉽게 중국 증시에 투자하지 못할 것”이라며 “새로운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 한 당분간 선전증시 약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