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주식형펀드의 극심한 수익률 부진으로 곤욕을 치른 자산운용사가 글로벌 자산배분 시장으로 시선을 옮기고 있다. 투자 대상이 한 국가나 자산에 집중되면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이 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자산 배분 방식도 기존 주식·채권 중심에서 로보어드바이저(로봇+투자자문가)를 활용한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나 고객 연령에 따라 자산을 배분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합작사인 프랑스 BNP파리바의 자산배분 전담 조직인 멀티에셋솔루션(MAS)의 임마누엘 벨레가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를 멀티솔루션본부 부본부장으로 영입했다. 벨레가드 부본부장은 지난 20년 동안 BNP파리바에서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을 짜고 이를 상품으로 만드는 업무를 담당했다.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은 조만간 새로운 개념의 자산배분 펀드를 출시할 방침이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달 중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산배분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고려대 복잡데이터연구실과 ‘AI 금융연구센터’를 설립했다.

자산운용업계 1위인 삼성자산운용도 고객 성향에 맞게 위험을 조절해 글로벌 ETF에 투자하는 자산배분 펀드를 출시할 방침이다.

KB자산운용 역시 계량분석과 정보기술(IT) 역량을 결합해 ‘패밀리 오피스’ 수준의 자산배분을 해주는 솔루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자산운용은 이르면 다음달에 업계 두 번째로 TDF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국내 주식형펀드 시장에서 지난해 큰 실패를 경험한 자산운용사들의 운용 전략이 달라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박스권에 갇힌 한국 시장에 ‘올인’하는 것보다 글로벌 자산배분을 통해 변동성을 낮추는 데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미국 대통령 취임,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지난해 국내 자산운용사가 운용한 해외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2.74%에 그쳤다. 미국 등 북미 펀드는 5.96%의 수익을 냈지만 투자자들이 몰려 있는 중국 펀드(해외 주식형펀드의 41.67%)가 -10.09%로 부진해서다.

이에 비해 투자 유망 지역과 자산군을 분석해 자산을 배분한 펀드 수익률은 3.9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0.62%)을 3.28%포인트 웃도는 성적이다.

기온창 신한금융투자 투자자산전략부장은 “올해는 특정 자산이나 지역이 유망하다고 꼽기가 쉽지 않다”며 “‘집중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높이기보다는 자산배분을 통해 리스크를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