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염창동 ‘e편한세상 염창’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1일 예비 청약자들로 붐비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분양가를 인근 아파트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한 데다 잔금대출 규제를 피한 단지여서 2만5000여명이 찾았다”고 설명했다. 대림산업 제공
서울 강서구 염창동 ‘e편한세상 염창’ 아파트 모델하우스가 1일 예비 청약자들로 붐비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분양가를 인근 아파트 수준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한 데다 잔금대출 규제를 피한 단지여서 2만5000여명이 찾았다”고 설명했다. 대림산업 제공
오는 5일 일반분양을 시작하는 서울 방배동 ‘방배 아트자이’ 아파트가 일반분양가를 당초 예정 가격보다 3.3㎡당 200만원 이상 낮췄다. 강남권에서 올해 마수걸이 분양에 나서는 이 단지는 지난해 10월만 해도 3.3㎡당 4000만원 이상에 일반분양가를 책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분양승인을 신청하면서 3900만원대로 분양가를 낮춘 데 이어 지난달 말 3798만원으로 분양가를 최종 확정했다.

새해 벽두부터 강남권에 분양가 인하 바람
김민종 GS건설 마케팅팀장은 “‘11·3 부동산 대책’, 주택담보대출금리 인상, 국내 정치 불안 등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위축된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새해 벽두부터 건설사들이 분양가 낮추기에 나서고 있다.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 잔금대출 규제 등으로 실수요마저 청약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자 할 수 없이 분양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절대 분양가격이 높아 초기 완판(완전판매)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권 아파트 분양가 인하 움직임

서울 강남구에서 이르면 3월 분양에 나설 예정인 ‘래미안 강남 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도 분양가를 작년 분양한 단지보다 소폭 낮추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 단지는 3.3㎡당 4000만원 안팎에서 분양가를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분양한 ‘디에이치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의 분양가(3.3㎡당 평균 4259만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은 숲으로 둘러싸인 자연환경, 최첨단 설계 등을 들어 지구 내 최고 분양가를 원하지만 중도금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현실을 감안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건축이 활발한 강동구 고덕지구에서도 분양가 인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고덕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고덕그라시움’은 분양가격이 3.3㎡당 2338만원에 달했음에도 22.2 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완판됐다. 1621가구 일반분양에 3만6017건이 몰렸다. 올 상반기 분양할 예정인 고덕주공7단지는 이보다 분양가를 낮출 전망이다. 조합 측과 시공을 맡은 롯데건설은 3.3㎡당 2100만원 중반 선에서 분양가를 협의 중이다. 내년 하반기 분양 예정인 고덕주공5단지조합도 분양가를 고덕그라시움 이하로 낮추는 것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전국으로 확산될 듯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격은 집값 상승에 힘입어 2014년 상승 반전한 뒤 꾸준히 올랐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지역 평균 아파트 분양가는 2013년 3.3㎡당 1631만원 수준에 그쳤다. 2014년 1888만원으로 반등한 뒤 2015년 1946만원, 2016년 2102만원(11월 기준) 등으로 급상승했다.

작년 여름에는 서울 강남권에서 건설사들이 경쟁적으로 사상 최고 분양가를 책정하면서 분양가격이 주변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분양권 전매 금지, 청약 1순위 자격 강화, 재당첨 제한 등의 청약 규제에 이어 잔금대출 규제,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 등 대출 규제가 가세하면서 더 이상 건설사들이 고분양가를 책정하기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강남권을 필두로 분양가 인하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올해와 내년 역대 최대인 78만가구에 달하는 대규모 입주가 이뤄지면서 기존 집값과 전셋값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팀장은 “후속 단지가 앞선 단지보다 더 높은 분양가를 책정하면서 분양권 프리미엄과 주변 집값을 자극하는 현상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을 것”이라며 “대출 규제로 실수요자도 분양받기가 쉽지 않아 경기 평택 김포 시흥 등 입주물량이 많은 곳뿐만 아니라 서울 강남권에서도 미분양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