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비장해진 신년사…"철저하고 치밀하게 위험관리"
"위기를 기회로·희망 잃지 말자" 다짐도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맞은 경제·금융 수장들의 각오가 한층 비장해졌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국내 정치가 불확실한 가운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미국 금리 인상 속도, 중국 금융시장 불안 등 경제도 불확실성투성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제·금융수장들은 입을 모아 '위기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발표한 '2017년 신년사'에서 "'대한민국 경제호'가 순항하기에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다"며 "경기와 리스크 관리, 민생 안정, 구조개혁과 미래 대비에 정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금융정책을 이끄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내년 금융정책의 중점과제를 '철저하고 치밀한 위험관리'로 삼겠다고 밝혔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대내외 불확실성에 선제 대응해 금융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도록 전방위로 노력하겠다"며 특히 ▲가계부채 연착륙 유도 ▲원활한 기업구조조정 추진 ▲금융회사의 건전성 확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새해에는 올해처럼 '블랙스완'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리스크가 발생하기보다는 이미 알려진 위험요인들이 구체적으로 모습을 드러낼 가능성이 크다"며 "위험요인에 철저히 대비하되,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공공기관 수장들 역시 위기관리 계획을 밝히며 경제가 어려울 때 가장 취약해지는 서민·자영업자·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어려운 경기 상황, 산업 구조조정 본격화 등으로 민생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안심하고 창업·경영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천 주택금융공사 사장도 "경기 부진과 금리 상승으로 서민층의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가용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말했다.

민간 금융권의 최대 화두 역시 위기관리다.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새해에는 가계대출에 대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어려운 상황을 오히려 도약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다짐이 이어지는 등 경제·금융 수장들은 희망의 끈을 단단히 부여잡은 모습이다.

유일호 부총리는 "어려운 일이라도 꾸준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마부작침(磨斧作針)'의 자세로 신발 끈을 동여매고 다 함께 힘차게 출발하자"고 말했다.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은 '백척간두(百尺竿頭) 진일보(進一步)'라는 말을 소개하면서 "위기의 상황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적극적인 자세로 대응책을 찾는다면, 현재의 위기는 오히려 성장과 번영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cho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