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치킨 프랜차이즈에 따르면 이번달 매출이 작년 12월보다 늘고 있다. 굽네치킨은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매출이 전년 보다 64% 늘었다. BBQ와 교촌도 각각 20%, 10%로 매출이 소폭 증가했다.
지난달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에서 처음 AI가 신고된 후 AI 발생 양성 농가는 241개로 늘었다. 살처분 가금류도 2420만마리를 웃돌고 있다. 역대 최악의 AI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심각한 수준의 AI에도 치킨이 잘 팔리는 이유는 '치킨을 먹으면 AI에 걸리지 않을까' 우려하던 소비자들이 변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는 데에는 10년이 걸렸다.
◆치킨업계, 조류독감 '직격탄'에 "AI로 바꿔쓰자"
2003년 이후 다섯 차례의 AI가 발생했다. 현재 AI는 2000년 중반까지 '조류독감'으로 불렸다. 조류독감 때마다 치킨집은 직격탄을 맞았다. 2004년 조류독감으로 치킨집 매출은 40%나 하락했다.
급기야 업계에선 보험금 20억원까지 내 걸었다. 닭고기를 먹는다고 조류독감에 걸리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2004년 치킨외식산업협회, 계육협회 등 5개 단체는 국산 닭고기를 먹고 조류독감에 걸리면 최고 20억원을 배상해주는 보험에 가입했다. 2005년에도 20억원을 배상하겠다고 내 걸었다. 하지만 보상금을 타 간 사람은 없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은 치킨을 찾지 않았다. 2005년 10월 이후 한달 간 관련 산업 매출 손실은 1000억원대에 달했다.
그러자 업계에선 '조류독감' 용어에 주목했다. '조류'라는 단어가 닭고기, 오리고기를 섭취하면 병에 걸리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어서다. '조류독감'을 'N5N1형 고병원성조류인플루엔자의 약칭인 AI로 표기해달라고 언론에 직접 요청했다. 이때부터 조류독감은 AI로 자리잡았다.
조류독감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강했던 탓일까. 바꾼 명칭도 긍정적인 효과를 보진 못했다. 2006년 11월 발생한 AI로 치킨집 매출은 20~30% 하락했다.
◆최악의 AI 겪은 2014년, 오히려 매출은 늘어
2014년 AI 영향력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당시 역대 최악의 AI가 있었다. 1월부터 시작된 AI로 6개월간 1396만마리가 폐사했다. 올해를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의 AI였다.
장기간 AI가 이어지면서 치킨 프랜차이즈도 영향을 받았다. 당시 굽네치킨은 2~4월 3개월간은 전달 대비 매출이 15% 가량 빠졌다. BBQ도 10% 가량 매출이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업계 매출이 40% 하락했다.
하지만 오히려 2014년 매출은 전년보다 늘었다. 교촌치킨은 전년 보다 30% 증가한 227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굽네치킨은 11% 오른 889억원, BBQ도 9% 증가한 1912억원을 각각 매출로 거뒀다.
6개월간 장기화된 AI에도 매출이 올랐던 비결은 히트상품에 있었다. 2014년 허니버터칩 인기가 이어지면서 치킨에도 허니 바람이 불었다. 교촌치킨의 허니콤보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200% 증가했다. 네네치킨과 bhc에선 '스노윙치킨'과 '뿌링클' 등 치즈를 활용한 조미치킨을 내놨다. ◆150도 이상 튀기거나 굽는 치킨에 소비자 '안심'
2014년 최악의 AI를 극복한 치킨업계에선 더 이상 AI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치킨을 먹는다고 AI에 걸리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겪었던 AI에서도 몸소 느꼈던 부분이었다. 국내에서 발생한 AI가 사람에게 전염됐다는 사례는 없었다. 철새나 닭, 오리 등 호흡기나 공기 중 접촉을 통해 감염될 수 있지만, 음식물 섭취로는 전염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에선 최근 3년간 H5N6형 AI에 모두 16명이 감염돼 10명이 숨졌다. 중국은 집 안에서 닭과 오리를 키우고 방역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게 우리나라와 큰 차이점이다.
AI에 걸린 닭이 유통되는 것도 힘들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고위 관계자는 "AI가 걸린 닭은 몸이 굳어진다는 게 특징이어서 유통이 되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치킨의 조리방식은 AI를 사멸시킬 수 밖에 없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AI는 70도에서 30분, 75도에서 5분간 열처리를 하면 모두 사멸된다. 치킨은 150도 이상 고온에서 튀기거나 굽는다. AI가 사멸되는 최소한의 온도 기준을 웃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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