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입산료
세계 최고봉이 있는 히말라야에 오르려면 등반 허가도 받아야 하지만 입산료를 따로 내야 한다. 1인당 1만1000달러, 우리 돈으로 1300만원이나 된다. 2014년까지는 2만5000달러(약 3000만원)였다. 단체는 할인을 받아 7명 한 팀에 7만달러 식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무조건 1인당 1만1000달러로 바뀌어 단체도 할인 혜택을 못 받게 됐다.

입산료는 등반 시기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히말라야에 오르기 좋은 시기이자 수요가 집중되는 봄이 가장 비싸다. 가을은 절반, 여름 몬순기와 한겨울엔 4분의 1로 줄어든다. 네팔 정부가 거둬들이는 입산료는 한 해 400만달러(약 48억원)를 넘는다. 가진 것이라곤 자연밖에 없는 최빈국으로서는 엄청난 수입이다. 이렇게 비싼 입산료를 받고도 등반객에 대한 안전대책은 거의 세우지 않는다. 부탄이나 파키스탄 쪽도 사정은 비슷하다.

에베레스트나 킬리만자로 등 만년설에 뒤덮인 고봉들은 이름값만큼 입산료가 높다. 해발고도가 낮아질수록 액수도 점점 낮아진다. 같은 에베레스트라도 6500m 이하에서 트레킹만 할 때는 250달러(약 30만원)로 확 떨어진다. 겨울엔 70달러(약 8만원)까지 내려간다. 1998년 북한 금강산 관광 입산료가 1인당 100달러(약 12만원)였던 게 기억난다. 지금 생각하면 꽤나 비쌌다. 나중엔 절반 이하로 조정됐지만, 2008년 관광 중단 때까지 북에 지급한 공식 입산료만 5억달러(약 6000억원)나 됐다.

중국 쪽에서 백두산으로 올라가려면 입산료 125위안(약 2만2000원)을 내야 한다. 황산은 더 비싸서 약 4만원. 세계자연유산지구 40곳의 평균 입장료가 2만4000원이라는 통계도 있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이 3만3000원, 그랜드캐니언이 1만7000원, 크로아티아의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3만원, 아르헨티나 이구아수 국립공원 1만6000원 등이다.

우리나라 국립공원 입장료는 대략 2000~3500원. 그나마 문화재 보호를 위한 것이지 입산료라는 개념은 없다. 내 나라 산에 내가 가는데 왜 돈을 내야 하느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하지만 내년 하반기부터 한라산을 구경하려면 1인당 2만원 안팎의 입산료를 내야 할 모양이다. 성산일출봉은 2000원에서 1만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자연과 환경을 더 잘 지키기 위한 조치라고 한다. 하긴 돈을 내더라도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길이 보전할 수만 있다면 의미있는 일이다. 우리가 네팔 같진 않을 테니까. 더구나 제주는 세계 유일의 유네스코 3관왕 지역이 아닌가.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