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교도소서 경찰이 '마약 읍장' 사살…초법적 처형 공포 확산

필리핀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거침 없는 '마약과의 유혈전쟁'으로 초법적 처형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7일 현지 ABS-CBN 방송이 경찰청 자료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이 지난 6월 말 취임과 함께 마약 유혈소탕전에 나선 이후 5개월간 필리핀 전역에서 총 5천882명이 사살 또는 살해됐다.

지난 7월 1일부터 이달 6일까지 마약 용의자 2천41명이 경찰의 단속 과정에서 사살됐다.

또 7∼11월 3천841명이 경찰이 아닌 괴한에 의해 살해됐다.

경찰은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대부분 마약 용의자로 지목돼 피살된 것으로 추정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저항하는 마약 용의자를 사살해도 좋다"고 하자 경찰뿐만 아니라 자경단과 일반인 등도 '묻지마식' 사살에 동참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족이 마약 용의자로 몰려 살해됐다는 하소연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경찰이 사법절차를 무시하고 마약용의자를 처형한다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매매에 연루됐다고 지목한 공무원이 자수, 교도소에 수감됐다가 경찰에 살해되는 일이 일어났다.

필리핀 법무부 소속 국가수사국(NBI)은 지난 11월 5일 레이테 주 교도소에서 일어난 롤란도 에스피노사 읍장 사망사건에 대해 이런 조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당초 경찰은 에스피노사 읍장을 비롯한 재소자들 간에 총격전이 일어나 정당방위 차원에서 사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NBI는 목격자들 증언과 현장 상황을 토대로 경찰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며 경찰이 에스피노사 읍장을 살해한 것으로 결론 내고 관련 경찰관 24명에 대해 살인 및 위증 혐의로 법무부에 기소 의견을 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동안 에스피노사 읍장의 사망 경위를 놓고 논란이 일자 경찰 발표를 믿는다고 말해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7월 경찰관을 비롯한 법 집행관들이 마약매매 용의자를 사살했다가 형사책임을 지게 되면 적극적으로 사면권을 행사하겠다고 약속해 초법적 처형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았다.

8월에는 필리핀에서 경찰 의뢰를 받고 마약용의자를 죽이는 청부살인팀이 있다는 영국 BBC 방송의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