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의원들 의총서 "너무 늦었다" 지적
"진정한 의리는 대통령 구치소 면회" 발언 논란도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6일 박근혜 대통령이 이정현 대표·정진석 원내대표와의 청와대 회동에서 최근 탄핵 사태와 관련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인식이 변한 게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 도중 퇴장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오늘 말씀을 포함해 여러번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 사과 등을 언급했으나 핵심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데 대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인데 그런 부분을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헌법 정신과 절차에 따라 탄핵안 표결에 모두 양심과 소신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며 "오늘 의총에서도 탄핵안 표결을 통해 대통령도 법앞에 평등하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의총에서는 유 의원 외에도 박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비주류를 중심으로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석호 의원은 박 대통령이 회동에서 지난 1일 의총에서 채택된 '내년 4월 퇴진·6월 조기 대선' 당론에 대해 일찌감치 수용할 뜻이 있었다고 밝힌 것과 관련, "좀더 빨리 입장을 밝혔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시하는 의원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정양석 의원도 "메시지가 좀 모호했던데다 직접 입장 표명을 한 것도 아니고 탄핵열차를 돌리는 것도 너무 늦었다"면서 "그래도 이제는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비주류로 구성된 비상시국위원회의 대변인격인 황영철 의원은 "의원들이 대부분 탄핵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는 분위기인 만큼 대통령도 그렇게 받아들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의총에서 한 의원이 박 대통령의 형사 구속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주류측인 이 의원은 "주류측 의원들이 대통령과의 의리를 감안해서 탄핵안에 (반대) 투표를 하려는 것 같은데, 진정한 의리는 그게 아니라 나중에 구치소로 대통령을 면회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는 전했다.

이에 대해 주류측 초선 의원은 "아무리 대통령이 탄핵을 당하는 상황에 처했지만 그래도 현직 대통령인데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