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탄핵 가결되면 즉각 퇴진하는게 마땅"…박원순도 동조
안철수·안희정·이재명 "지금은 탄핵에 집중" 김부겸·손학규 "총리 먼저 해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탄핵안 가결을 전제로 한 박 대통령의 즉각퇴진 여부가 야권 내에 미묘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대통령의 사퇴를 언급한 것이 계기다.

물론 야권의 대선주자들 모두 박 대통령이 즉각 퇴진해야 한다는데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동상이몽 격이다.

탄핵 가결 이후의 대권 로드맵을 둘러싼 입장차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대세론을 형성한 문 전 대표로서는 탄핵의 여세를 몰아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이끌어내는 것이 대선전략상 유리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후발주자들로서는 추격 발판을 확보하기 위해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한 만큼 탄핵 가결 직후의 즉각 퇴진에 그리 적극적 기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전날 국회 앞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촉구 촛불집회에서 "탄핵이 의결되면 딴말 말고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지난번 3차 담화에서 '거취 결정을 국회에 맡기겠다, 국회가 거취를 결정해주면 거기 따르겠다'고 했다"며 "국회가 재적 3분의 2로 의결한다면 그것이야말로 국회가 거취를 확실히 결정한 것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만약 오는 9일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박 대통령이 직후 사퇴한다면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 대선 규정'에 따라 차기 대선은 내년 2월에 치러지게 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박 시장 측 관계자는 "총리조차 불신임받는 무정부 상태가 되니까 그 기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국가 혼란을 막는 데 필요하다"라며 "헌법재판소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은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는 이 같은 즉각퇴진 주장을 조기 대선과 결부하는 시각에는 분명히 선을 긋고 있지만, 야권의 다른 주자들은 문 전 대표가 자신에 유리한 판도로 대선일정을 끌고가려는 사전포석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보이고 있다.

특히 다른 주자들은 현 시점에서는 탄핵안 관철에 집중하고 이후 로드맵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논의해나가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탄핵과 상관없이 내일이라도 당장 그만두면 좋은 것이지만, 그 이후는 대통령 선택의 몫"이라면서 "문 전 대표가 탄핵 직후 퇴진 얘기를 누구를 향해서 했는지 잘 와 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측도 "9일 탄핵안이 통과하더라도 이후 계획은 어떤 상황이 되느냐에 전적으로 달려있다"며 말을 아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측 박수현 대변인도 "지금은 탄핵안 가결에 집중할 때"라며 "탄핵 이후의 일은 그때 논의할 일"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탄핵 가결 직후에는 대통령 퇴진보다도 총리 교체가 더 시급한 과제라며 문 전 대표의 주장에 사실상 반대를 표하는 주자들도 있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 측은 "박 대통령의 즉각 사퇴 여부보다도 빨리 황교안 총리를 내리고 과도내각 수립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측은 "문 전 대표가 얘기한 탄핵 직후 하야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라며 "하야하면 당연히 현 총리가 권한대행을 맡을 텐데 그렇게 해서 뭘 어떻게 하자는 건지 얘기가 없다. 나라를 걱정하고 앞을 내다보는 발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가결 이후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문제를 놓고 여야간에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을 열어놔 주목된다.

민주당의 우상호 원내대표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는 국회에 주어진 법적 절차에 따라 탄핵을 진행하는 것이고, 탄핵 절차가 진행된 이후에 퇴진시점에 대해 여야 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고 말하고 "다만 (퇴진문제는) 대통령 의사에 따르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탄핵이 가결된다면 법적으로 대통령이 퇴진할 수 있느냐도 논란이 되고 있다.

문 전 대표는 "헌법학자 간 의견이 나뉘지만 사임할 수 있다는 의견이 더 많다"며 "저는 탄핵 의결 이후에도 대통령이 사임할 수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현행 국회법 134조는 '소추 의결서가 송달된 때에는 피소추자의 권한행사는 정지되며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탄핵안 가결시 피소추자인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날 수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선출된 대통령은 따로 임명권자가 따로 없어서 퇴임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아 쟁점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또 탄핵이 가결되면 총리 지명권을 가진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상태기 때문에 총리 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어 이 역시 논란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이정현 박수윤 서혜림 기자 ljungberg@yna.co.kr